아빠와 파스.
정선미
2019.09.01
조회 44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기다렸다는 듯 엄마가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파스는?....... ”

“아 맞다. 파스!!”

집에 파스가 떨어졌다며 오는 길에 약국에 들러 사오라는 엄마의 문자를 깜빡 잊었던 저는 그 즉시 약국으로 향했습니다.

저희 집에서 상비약으로 떨어져선 절대로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파스입니다. 건축일을 하시는 아빠의 몸에는 언제나 파스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파스를 사고 약국 문을 나서는데 빗방울이 떨어졌고 순식간에 빗방울은 굵은 소나기 로 바뀌었습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려 받으니 아빠셨습니다.

우산 없이 파스를 사러 나간 딸이 걱정이 된 아빠는 마중을 나오신다며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잠시 서 있으라 하셨지만 어차피 씻을 건데 젖어도 상관없다며 나오시지 마시라 했습니다.

그렇게 집을 향해 뛰고 있는데 누군가 저를 향해 달려오는 게 보였고 혹시나 싶어 아빠? 라고 하니 전속력으로 달려와 얼른 저에게 우산을 씌어주셨습니다.

먼저 퇴근해 씻고 계셨던 아빠는 가방도 채 내려놓지 못하고 파스를 사러 간 딸이 비에 젖을까 부리나케 마중 나오셨던 겁니다.

“뭐 하러 나와. 어차피 씻을 건데. 엄마였으면 안 나왔을 거지?”

“당연하지!!”

아내보다 딸을 더 많이 아끼며 사랑해 주신 저희 아빠는 사실 주위에서 알아주는 딸 바보셨거든요 ^^

제가 아무리 구멍 난 작은 우산을 쓴다고 우겨대도 제 몸짓 보다 훨씬 크고 단단한 우산을 건네주시던 아빠. 한 참을 실랑이 벌이다 결국 제가 큰 우산을 쓰기로 했습니다.

집까지 중간정도 남겨두고 걷고 있는데 갑자기 아빠가 걸음을 멈추시기에 여쭤 보니 엄마의 두부 심부름을 깜박 잊을 뻔 했다며 되돌아 가 시장에 들려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엄마의 단골 가게를 잘 알던 저는 얼른 앞장섰고 아빠 먼저 집에 가 있으시라 했지만 어떻게 딸 혼자 보내나며 뒤따라오겠다는 말과 함께 두부 살 돈 까지 주셨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딸과 함께 두부를 사러 가고 싶으나 집에서 나올 때 급히 나오느라 바지에 벨트를 채우지 못해 자꾸만 흘러내리려고 해서 빨리 걸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금 전 저에게 우산을 주기 위해 달려오실 적에도 한 손으로 허리춤을 잡고 계셨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날 밤. 잠을 자려 자리에 누웠는데 아빠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혀 쉬이 잠을 청할 수 없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사드렸던 바지가 당시만 하더라도 꽉 들어맞던 것이 벨트 없인 입을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신 아빠의 모습에 마음이 편치 않았거든요.

늘 곁에서 크고 단단한 나무로 지켜 주실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고목이 되어버린 아빠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늘 좋은 것 맛 나는 건 자식에게 건네주시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위해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게 뭐가 없을까 하다 좋은 기회를 발견했네요 ^^

참. 염치없고 뻔뻔해 보일지 모르겠으나 대 놓고 부탁드립니다.

저희 아버지, 벨트 없이도 맘 편히 옷 입으실 정도로 예전 그 몸매를 찾을 수 있게 살찌울 수 있도록 돼지고기 부탁드릴게요!!

우리 돼지 드시고 힘내시라는 의미로 박승화 디제이님께 부탁드립니다!!

신청곡: 건배- 나훈아. 저희 아버지께서 훈아 형님의 골수 팬이시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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