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중에 어머니께 전화가 왔어요.
무슨 일이 있나 해서 받았더니
"어디쯤 오고 있니? 너네 학교 앞이다."
그러시네요.
아침 일찍 제가 근무하는 학교 앞까지 오신 거였습니다.
"왜요?"
궁금하기보다는 살짝 짜증이 났어요.
"응, 당근주스 좀 갈아왔다. 너 먹이려고."
어머니께서는 주스병 가득 갈아 오신 당근 주스를 건네 주시고는 다시 돌아가셨습니다.
워낙 손이 크신 분이라 저 혼자 먹으려면 며칠은 먹어야 하지만 동료 선생님들과 나눠 먹지 않았습니다.
당근 주스를 짜는 일이 쉬는 게 아니거든요.
힘들게 짜시면서 오로지 딸 생각을 하셨을 어머니를 생각해서 종일 당근 주스를 마셨어요.
제가 고3 담임이라 상담에, 수능 원서에, 학교생활기록부에, 잡무에, 수업에 정말 화장실 갈 시간도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거든요.
밤 늦게 퇴근하면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인제 가냐? 힘들어서 어쩌니?"
하시길래
"당근 주스 먹고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했더니
"고마운 말이구나."
하십니다. 제가 고마워야 하는데, 어머니 말씀이 참 따뜻하게 마음을 녹이더라고요.
엄마, 고맙습니다.
더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게요.
어머니께서 CBS 애청자신데요.
조항조, '사랑찾아 인생 찾아'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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