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동네 산책로 길 건너 초등학교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
운동회가 한창입니다.
그 옛날 시골 고향에서 만국기가 펄럭이는 가을 하늘 아래서 운동회가
펼쳐지는 날이면 어린이들의 잔치가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의 잔치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해 가을이었습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함성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줄다리기, 콩주머니 던지기, 단체 마스게임에 이어 어른들의
달리기 경주가 있었는데요. 빨간 저고리에 하얀 치마를 입은 친정엄마가
얼마나 열심히 달렸는지 3등 자리에 깃발을 들고 맨 앞줄에 앉아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지적장애인 큰아버지에 사촌언니 오빨들과 함께
해야 하는 힘든 삶의 연속에서 어머니의 그러한 모습은 나에게 또 다른
추억으로 남아 있는데요. 45년 전에 입었던 어머니의 그 옷은 두 살
터울의 바로 위에 언니가 운동회 때 부채춤을 추며 입었던 깔깔이
한복이었습니다.
언니가 초등학교 졸업을 한 후 벗어 놓은 그 한복은 없는 형편에
빨아 입기도 편했기에 어머니의 단벌 외출복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올해로 일흔 아홉 긴 인생길 위에 서 있는 어머니는 자궁경부암을
너무도 늦게 발견하여 대변 주머니를 달고 힘겨운 투병을 하고
계시는데요.
내 유년의 뜰 안에서의 기억처럼 지금의 어머니가 무서운 병마를
가뿐하게 물리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힘차게 달리는. 어머니의 가을
운동회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도록 승화님을 비롯하여 청취자 여러분의
많은 응원 눈물로 부탁드립니다.
친정어머니가 즐겨 부르셨던 노래 오승근 님의 내 나이가 어때서
들려주시면 투병 중이신 어머니께서도 정말 좋아하실 겁니다.
사랑합니다. 박승화의 가요속으로.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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