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떠나 보냈습니다.
아니 떠나 보냈다고 합니다.
피아노 치는 모습이 참으로 이쁘다고 생각했던것이 아내의 첫모습이었습니다.
연애 후 결혼을 했고, 아이가 태어난 첫해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해외건설현장으로 부임을 했습니다.
그 이후 몇해가 지나, 휴가로 한국을 방문했을때 아내가 피아노를 가지고 싶다고 하더군요.
적지않은 비용으로 부담을 무릅쓰고 예쁜 피아노를 장만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가끔 피아노를 치고도 하였는데, 아파트 층간 소음이 화제가 되면서 그리고 작은 논란이 오가면서 단 몇분만이라도 편하게 피아노를 칠수 있는 여건이 되지를 못했습니다.
아들이 자라서 기타를 배우고, 아들과 어쩌다 가끔 기타와 피아노 합주를 아주 잠시 했었다는 얘기를 전해주더군요.
참고로 저는 지금도 계속 해외건설현장에 근무하고 있는터라 가족과는 떨어져 지내고 있답니다.
아들 방 창가에 자리잡고 있던 피아노를 언제부터인가 처분하려고 아내가 고민을 하더군요.
아파트 생할에 자주 치지도 못하는데....
커가는 아들의 방을 조금이라도 넓혀 줘야 하는데... 하는 고민을 계속하더군요.
그러면서 아쉽고 그리운 피아노를 어떻게 처분을 해야 하나..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중고로 넘겨줘야 하나..하는 새로운 고민에 사로잡혀있었습니다.
좋아는 하는데 주위 이웃때문 주 이용하지는 못하고, 그냥 두자니 커가는 아들에게 불편만 줄
뿐이고, 처분하지니 아무에게나 헐값에 주지 못하겠다는 고민 아닌 고민이 있었지요.
그러던 중 임신중이던 처재가 우연히 새로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아내의 고민을 알지도 못하고 서로 얘기나눈 적도 없는데 저의 휴가중 가족모임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피아노 얘기를 하는것이었습니다.
아내가 그 얘기를 듣자 마자 집에 아끼는 피아노를 주겠다고 제안하였고, 그 피아노가 어떤 피아노임을 아는 처재 또한 고마우면서 괜찮느냐는 질문만을 할 뿐이었습니다.
그 피아노가 추석이 지난 오늘 아내의 곁을 떠나 처재에게로 떠났갔습니다.
이른 아침 아내와의 인터넷 전화통화시(저는 지금 필리핀의 건설현장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쉽지 않느냐고 물으니, 남도 아니고 동생에게 가는데 뭐....그리고 떠나는 트럭 뒤에서 잘가라고 인사했어...하는 아내의 얘기에 많은 아쉬움을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넒어진 아들의 방이 더 좋다는 웃음섞인 말에 미안하면서고 고마운 마음에 저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현재까지 해외건설현장 근무 15년 째입니다.
일년에 2~3번 휴가를 맞이해서 2주씩 보는것이 전부이지만 저 없는 자리를 잘 메꿔주고 지내주고 있는 아내가 한없이 사랑스럽습니다.
저도 없어 딱히 위로해줄 사람도 없는데, 아끼는 피아노 떠난 자리를 멍하니 보면서 아쉬워할 아내를 위해 노래 선물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고 고맙다는,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전하고 싶습니다.
해외 근무로 같이 함께 하지 못하는 못난 신랑이 해줄수 있는것이 이것밖에 없다고.^^
신청곡은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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