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찾아요.
벌써 30전의 일이네요.
94년도에 수능을 봤어요.
떨리는 마음도 있었고 내가 원하는 대학에 붙을 수 있을지...
면접을 봤는데 학생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수능도 잘 못 봤는데 이번 년도엔 합격하기 힘들겠구나!
그런 마음이 먼저 들었어요.
나름 열심히 공부한다고 자부했는데...
이 많은 수험생들을 다 제쳐야 한다니.... 눈물부터 나더라고요.
내 마음이 약해졌나 그런 생각부터 막 들었어요.
모든... 자신감을 잃으면 안 되는건데...
면접 볼 때 교수님들 앞에 앉았는데 왜 그렇게 떨리던지...
아침에 오늘 면접 잘 봐야지...
그런 굳은 결심은 온데 간데 없고 떨리는 제 목소리만 들리는거 같았어요.
면접을 막 마치고 나오는데 어떤 키 큰 수험생이 절 따라오는 거예요.
지갑놓고 갔다고...
처음 그 애를 봤는데 서글서글한 눈매며 웃는 인상이 사람을 참 포근하게
해줬어요.
지갑마저 잃어버렸으면 전 정말 크게 낙담했을건데...
고맙다고 인사하고 돌아서는 데 그래도 고맙다는 사례는 해야할 거 같아서
그 애가 면접보는 거 기다렸어요.
침울한 표정을 짓고 나오길래 점심시간도 됬으니
내가 밥 살 테니까 같이 밥이나 같이 먹자고 했죠.
밥먹으며 서로 통성명 했는데 저보다 세 살 어리더라고요.
우리는 말이 잘 통했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데 좋은 형,동생 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그 해 둘 다 대학을 떨어지고 같이 노량진에 있는 단과학원에서
한 해 공부를 더 했어요.
저희집이 가난해서 동생한테 밥 많이 얻어 먹었어요.
형이 되서 동생 사줘야 하는건데..
매번 이렇게 신세를 져서 미안하다고 했어요.
나중에 내가 잘 되면 이 은혜 잊지 않고 꼭 갚겠노라고 했죠.
모의고사를 본 날에는 제 머리 식혀준다고 자기 아빠차를 갖고 나와
같이 정동진에 놀러가고 그랬는데
그 인연을 소중히 여겼여야 하는건데... 그러질 못했어요.
그 애가 갑자기 호주로 떠났거든요.
워킹 홀리데이를 신청했데요.
더 넓은 세상에 가 많은 걸 배워가지고
온다고 했어요.
그리고선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갔네요.
세월 참 빠른거 같애요.
전 그 동생을 꼭 찾고 싶어요.
이름은 김 정 식이고...
경기도 포천에 살았어요.
아버님 성함은 김 충 식... 이시고요.
정식이 아버님도 우리 애랑 친하게 지내라고 저한테 용돈까지 주셨는데
벌써 까마득한 옛이야기가 되었네요~
정식아! 너무 늦게 찾아 미안하고
방송 들으면 꼭 연락해~
알았지?
우리 또 뭉쳐야지..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