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손에 지문이 닳다니
약 6개월 전에 아내와 주민센터에 갔다.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하여 아내에게 민원 기기에서 발급을 받으라고
부탁을 하고 함께 서 있었다.
아내가 신분증을 끼우고 지문 센서에 엄지를 갖다 대었더니
지문 센서가 전혀 작동이 되 지를 않아 몇 번을 반복하여 엄지를
거듭 거듭 대어도 기기가 계속 작동이 되지 를 않는 것 아닌가
직원에게 알아보니 주민등록증을 발급 할 당시에 그 엄지가
지문이 닳아서 기게가 인식 못해서 그런다고 하는 것 아닌가
그 소리를 듣자 나의 가슴은 "찌릇" 하고 고압전류에 감전이 순간 된 듯 했다.
왜냐하면 아내와 나는 대농은 아니고 중 규모 3만평의 농사를 함께 짓고 있다.
얼마나 아내의 손을 부려 먹었으면, 저리 손에 지문이 다 닳아 없을 정도로
일을 시킨 못된 남편 였을까 하는 죄책감이 뇌리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는 지문이 닳았다고 해도 별 감각이 없는 듯
뭐 그럴리가 하며 싱긋이 웃기만 하는 것 아닌가
아마 아내는 속으로 어이가 없어서 그럴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너무 민망했다.
그 때가 점심 먹을 시기라 아내에게 맛있는 것 먹으러 가지고
식당으로 손을 잡아 끌었다. 우린 40여년을 살았어도 외식을 거의 안 했기에
아내는 "뭐 사 줄라고요" 하며 농담을 하며 식사를 하러 갔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고추가루 범벅인 게장에 밥을 비며 먹는 메뉴다.
나는 식당에 들어서자 주문도 받기 전에 아내 좋아하는 게장을 시켰다.
속으로 아내여! 미안하고 죄송하오
얼마나 힘든 농사를 여러 해 동안 힘들게 쉬지도 안고 나를 도와 주었기에
저리 손에 지문이 다 닳을 정도로 일을 했을까 하는 미안함이 나에 가슴을 쓰리게 했다.
지난 8월 12일 이후는 아내에게 힘든 일을 절대로 시키 질 않겠다고 맹서를 했다.
만일 혼자가 아닌 둘이 꼭 해야 하는 일을 할 때는 인건비를 더 주더라도 다른 사람을
사서 일을 하겠다고 맘을 먹었다.
연약한 여인이 지문이 없어 지도록 일을 하다니 !
생각할 수록 기가 막힐 일이 아닌가 누가 이 사실을 안다면, 아니 지인 들에게 특히 아내
친구들에게 소문이 난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며칠 간 잠이 잘 오지 않을 정도로 뒤척이며 각성을 했다.
한 여인의 남편으로 오늘 따라 너무 부끄러워 거듭 거듭 아내에게 무릎을
꿇을 정도로 아니 눈물이 날 정도로 속으로 속으로 용서를 빌어 본다.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그저 부끄럽소! 이고
이미 48년의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 갔으니 앞으로 당신에게 흙이 손에 닿지 않도록
할 테니 날 믿어 주오
부탁할 말은 항시 건강만 하여 주었으면 하오
거듭거듭 고맙고 감사하오
신청곡
고맙소-조항조
이건원. 강원 강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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