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9번째 만남이 이뤄진 방송을 듣고, 용기를 내봅니다.
제 가슴속 깊이 보고싶은 얼굴이 새겨져 있습니다.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의 친구, 신 경화 입니다.
안성의 백성국민하고 5~6학년을 같은 반이 되어서 참 친하게 지냈던 친구 입니다.
경화는 언덕진 학교 가까이 살았는데, 집이 꽤 넓었습니다.
어느날, "미숙아, 우리집에 같이 갈래?"
경화가 먼저 얘기해줘서 저는 넘 기분 좋게 따라갔지요.
마루가 있고, 마루에 유리 미닫이문에는 문양이 그려져 있는데,
그 마루에는 쇠로 된 난로가 놓여져 있었어요.
경화는 방이 따로 있었는데, 그 방에 책장이 크게 있었고, 책장에는
책이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세계문학전집이었는데, 금색으로 고급스런 글씨가 박힌 책이었어요.
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그 책을 하나 꺼내 보았어요.
소공녀라는 책이었는데, 그림과 함께 내용이 너무도 흥미로와서
손에서 책이 놓아지질 않았지요.
"미숙아, 우리 소꼽놀이 하자!"
경화는 이쁜 인형들과 프라스틱으로 된 장난감 그릇들을 꺼내는 것이었어요.
그것도 눈을 감동시켰지만, 책의 내용이 더 궁굼해져서 책을 내려놓지
못했어요.
"너, 책 읽고 싶어? 그럼 내가 빌려줄께, 집에 가서 읽어"
경화는 소꿉놀이를 하고나자 읽고 싶은 책을 가져가서 읽으라며,
책장앞으로 나를 이끕니다.
경화가 빌려준 책들을 며칠동안 읽고, 또 읽어보고서 돌려주었는데,
저는 책들이 가득 있는 자신의 방이 있는 경화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또 경화는 엄마가 안성읍내에서 의상실을 하고 계셔서,
경화 옷은 늘 멋있었어요.
멜방 치마에 하얀 블르우스를 입거나,
양장 바지에 체크 남방을 입었던 모습도 기억이 나거든요.
경화와 함께 안성 여자 중학교에도 같이 다녔는데,
국어 선생님이신 담임 선생님께 같은 반이 되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경화는 우유를 마실때,
"우유는 꼭꼭 씹어 마셔야해!"
하면서 한모금 마신 우유를 씹는 표정을 보면서,
우유를 씹어 먹으면 어떤 맛일까 궁굼해졌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우유를 사달라고 졸라서, 경화처럼 우유를 씹어
먹어 보았는데, ㅋㅋ 별맛은 없고, 그저 우유 맛을 느껴보고,
혼자 피식 웃었던 기억도 있답니다.
경화는 고등학교를 들어오면서 소식이 끊겼는데,
국문과를 가서 카피라이터 일을 한다는 소식을 몇몇 친구들에게
경화 소식을 들었지만 만나지는 못했지요.
웃으면 눈이 참 이뻤던 단발머리 소녀, 경화야!
네가 빌려줬던 책을 읽으며, 문학소녀로 꿈을 키웠던 그 시절이
너무도 그립단다.
넌 어디서 50대 후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니?
보고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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