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여운 고라니
이건원
2023.07.15
조회 147
가여운 고라니





새벽녘에 시골 고구마밭에 갔더니 이제 까지 듣지 못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곳을 이리저리 찾아 다니던 중에 밭 귀퉁이 에서 풀이 심히 움직이는 것이 보여

시선을 집중하는 찰라 무슨 짐승이 보였다. 유심히 보니, 작은 고라니 뒷다리가

부상을 입었는지 다리를 질질 끌고 업드려 있는게 아닌가

순간 저 고라니가 팥. 콩 . 고구마 등을 모두 잘라 먹은 주범이라 갑자기 혼을 내 주고

싶은 맘이 들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기 고라니라 그 어미는 데리고 가지 못하는

심정이 얼마나 속이 상하고 가슴이 아플건가 하는 부모와 자식 같은 맘이 들기도 했다.

땀이 송송 배어 있는 귀한 곡식을 뜯어 먹는 현장을 볼때는 너무 얄미웠지만, 그 고라니를 울타리 밖으로 넘겨 주고 가능한 살아가라 너 어미를 꼭 만나라 하고 얄밉고 괘심한 행위를 한 그 고라니 지만 부모와 자식의 심정으로 살려 줬다.

다음날 방생한 울타리 그곳에 가 보니 중상을 입어 스스로 죽어 있었다.

고란아 저 세상 가 잘 살아라 농민들 속을 태우지 말고 하면서 땅을 파고 숲에 고이

묻어 주었다.

그 이후 밭에 가 보니 평소와 같이 고라니 떼가 고구마. 콩 팥 등을 많이 뜯어

먹은게 아닌가

올해는 봄에 특히 가물어 농작물 씨를 살리가가 힘들어 멀리서 물을 길러 주며 힘들었는데

고라니떼가 이를 알아주지를 않고 훼방을 하니 가슴이 쓰리다.

집에 돌아 와 작은 고라니가 중상을 당하여 그 죽은 시체를
자식 같이 가련하여 땅에 묻어 주었다고 하니 아내는 그 얄미운 것 왜 묻어 주었냐고

하는게 아닌가

하루는 새벽에 밭에 가니 키가 큰 농작물 속에서 숨었다가 놀라 고라니 세마리가 달아

나는게 아닌가

그 당시는 몽둥이만 있으면 힘껏 때려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달아나는 고라니떼를 보고 "야 이 못된 놈들아 너들은 양심도 없니 아기를 살려 묻어 주기도

했는데" 다른 집 밭에 가지 어이 배은망덕 하게 나쁜짓을 하냐며 흥얼거렸다.

고라니가 들어 오지 못하게 울타리를 샅샅이 뒤저 들어 오는 구멍을 찾으려 온 종일

찾았으나 결국 찾지를 못해 우리 밭은 고라니 운동장 겸 고라니 먹이 농장이었다.

봄부터 심은 여러가지 농작물이 고라니 밥이 됨을 생각 하면 속이 상하지만

그 고라니 생명도 불쌍한 생각이 들때는 그래 같이 나누어 먹자 그래도 심은 우리가

너들 보다 더 먹겠지 하며 맘을 토닥거리며 오늘도 이슬을 밟으며 밭에서 집으로 돌아 왔다.

고라니가 밉기도 하지만, 어떤땐 가엽기도 하다.


신청곡
기도-홍삼트리오


이건원. 강원 강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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