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친구를 찾고 싶어요
박지나
2023.06.13
조회 158
라디오 친구를 찾습니다.

그를 만난 건 1996년 그가 내가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로 입사를 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직원 충원으로 사장님은 야간대학 같은 과 동기인 내 또래의 그 남자 직원을 스카웃 해 왔습니다.
그는 활달하고 붙임성 있는 성격으로 고만고만한 또래의 여직원들과 처음부터 잘 맞았습니다.
나와 내 친구와는 나이가 똑같았고, 다른 두 명의 직원에게는 오빠라고 불렸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비롯한 여직원들과 카플을 하기도 했어요.
5월이면 한 달 내내 야근하면서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그와 마음이 잘 통했던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창 바쁠 때도 점심 식사 후 오락실 동전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습니다.야근 후 밤늦은 시간 강변으로 직원들 모두 데리고 드라이버를 시켜주기도 했었고,
토요일 오후에는 근교 성당으로, 사찰로 나들이를 가기도 했습니다.
그의 취미는 라디오 들으며 사연 보내기였습니다.
그때는 편지를 직접 보내거나 팩스로 사연을 보내곤 했었어요.
그 시절 그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기만 하면 당첨되는 재주가 있어서 때때로 선물이 사무실로 배송되기도 했는데, 그의 생일에 케잌과 꽃바구니, 샴페인이 배달되기도 했어요.
함께 케잌에 불을 붙이고 샴페인을 터트리기도 했어요.
나른한 오후 사무실에 라디오를 틀어놓고 직원들 함께 그의 사연과 선곡이 나오기를 기다리기도 했어요.
“이 순간, 들어야 해. 지금 곧 사연 나온다.” 그가 말하면 우리는 라디오에 귀를 쫑긋 세우곤 했습니다.
몇 해가 흘러 그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대기업으로 이직하여 밀양을 떠나 서울로 가게 되었습니다.
서울로 가고 나서는 점점 연락이 뜸해지면서 결국 연락이 두절 되었습니다.
이후 나는 결혼도 하고 아이의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세월이 조금 흐른 뒤 한창 싸이월드가 유행할 때 그가 나의 미니홈피를 방문했습니다.
“지나씨,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시죠? 아기가 지나씨 닮아서 예쁜 것 같네요. 건강하게 잘 지내요” 이런 말을 남긴 후 다음부턴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20대에 만났는데 세월이 흘러 40대가 되었습니다.
20년 전 그가 라디오 듣기와 사연 보내기가 취미였는데 제가 라디오를 듣기 시작한 지 1년 만에 상현씨와 똑같은 취미가 생겼어요.
어딘가에서 라디오를 듣고 사연을 보낸다면 내가 먼저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시간에 듣는 [라디오 가요 속으로]에서 곽상현 이란 청취자의 이름이 나온다면 내가 찾는 그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상현씨 혹시 이 방송 듣고 있다면 사연 좀 전해주세요.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곽상현] 라디오 친구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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