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랫동안 기다린 따스한 봄이 정말 우리들 곁에 왔습니다. 이 짧은 봄이 가기 전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이 봄의 선물을 눈과 머리와 가슴에 가득 채워 먼 훗 날 오늘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강화도에서 아이들과 행복한 만남을 갖고 있는 교사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이곳은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60여명의 학생이 자신만의 꿈을 가꾸는 영화 또는 드라마 속 등장하는 그런 전원학교입니다. 건물도 작고 학생도 적지만, 작아서 아름답고 적어서 한녀석 한녀석 정감 어린 그런 학교입니다.
박승화님 이런 저희 학교의 반가운 소식이 있어서 사연 전합니다. 이번 4월 말부터 담당선생님의 지극 정성의 노력으로 60여명의 꿈동이들이 음악오감놀이로 기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우쿠렐레가 더 익숙하지만, 우리 학교는 한발 더 나아가 기타 수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입니다.
기타를 배운다는 소식에 벌써 녀석들의 눈동자는 심상치 않게 반짝반짝 거립니다. 사실 기타를 배운다는 소식에 아이들보다 더 신난 사람이 바로 접니다. 기타를 잡은 기억이 어느덧 25년...
청소년기를 함께 했던 기타였기에 기타소식에 저의 왼손가락들이 허공에 대고 자연스럽게 C-G-G7-C코드를 잡고...
청소년기를 함께하며 작은 방을 음악의 흔적들로 가득 채워 주었고, 언제나 방의 한 켠을 채워주었던 기타였는데...기타 하나만으로 나와 친구들, 그리고 형, 누나들과 복음송을 부르며 새벽을 하얗게 지새우던 그 시절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 오릅니다. 기타 하나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한마음으로 기타소리에 세상을 향해 포효했었는데...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게 그렇게 기타는 내 방에서, 내 눈에서, 그리고 내 기억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서당개 3년이라고 기타를 배운다는 동료 선생님의 소식에 왼손가락들이 자연스럽게 C코드를 잡는걸 보면 아직은 마음에서 기타를 기억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벌써부터 기타를 배우는 우리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녀석들의 왼속가락들이 움직이며 만들어낼 화음에 설레입니다.
박승화님 이런 저에게 우리반 아이들과 함꼐 멋진 코드를 잡아줄 기타를 서물해 주시겠습니까?
녀석들과 함께 왼손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배우며, 녀석들과 헤어짐의 시간으로 다가올 12월 졸업식에 녀석들과 함께 추억을 연주해 보고 싶습니다.
강화에서 이천일
봄이 주는 선물들-신나는 아이들
이천일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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