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께 13월의 월급으로 사드린 한우고기
최경호
2022.12.17
조회 163
저는 안산에 사는 최경호입니다. CBS 음악방송을 매일 듣는 광팬이지만, 사연은 처음 올립니다.
한우와 의미 있는 사연이 있으면 한우 세트를 선물로 준다는 가요속으로 박승화 DJ의 말이 하루 이틀에 끝날 줄 알고 사연이 채택되지 않을 것 같아 글을 올리지 않았는데 다음 주 수요일까지 한다니 저도 기대하며 사연을 올립니다.

직장인에게는 13월의 월급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당해연도 낸 소득세를 그다음 해에 환급받을 때 13월의 월급이라고 하죠,
저는 박봉의 월급으로 40년 동안 직장에 다니면서 딸과 아들을 결혼시키고 2년 전 퇴직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제 돈으로 한우고기를 먹는 꿈도 꾸지 못했지요. 그런데 효성이 지극한 막내 처남 덕분에 장모님을 모시고 한두 달에 한우고기를 맛보곤 했습니다.

2021년 1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날도 장모님을 모시고 처남네와 함께 식사했는데, 매일 처남에게서 얻어먹었으니, 미안도 하고 장모님께 사위 체면을 세우려고 처남이 화장실 간 사이에 제가 음식값을 계산했지요. 한우 새우살이 그렇게 비싼지 몰랐는데, 어차피 신용카드를 꺼냈으니 호기스럽게 계산했지요. 퇴직하고 직장에 나가지 않는 백수가 무리하기는 했지만, 저에게는 13월 월급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두 달이 지나 아내가 소득세 환급금이 언제 나오느냐고 묻는 거예요. 백수인 저는 당당하게(?) “소득세 환급금 지난번 한우고기 먹는 데 썼는데”라며 말을 얼버무렸지요.
그날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은 장모님이 계시지 않습니다. 그해 가을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하셨지요. 되돌아보니 13월의 월급으로라도 장모님께 한우고기를 대접해 드린 것은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아내는 연말에 어머니 모시고 저의 본가 형제들과 삼겹살이라도 굽기로 했다고 하네요. 생각해보니 내년이면 아흔하나 되시는 내 어머니에게 한우고기 한 번 사드리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울적하더군요.
이 사연이 채택되면 인생 1막을 은퇴한 백수에게 기쁨이겠습니다.

신청곡은 이선희 겨울애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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