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애는 저의 인천의 한 여고 동창입니다. 얼굴이 유난히 하얗고 말이 느릿느릿 했던, 조용해 잘 웃어주던 친구였죠.
우리집에 자주 놀러왔는데 와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너무 좋아했고 우리 식구들끼리 모든 단어에 '돼지'라는 말을 붙이는 놀이에 깔깔거리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엄마 우연히 시작한 '돼지' 붙이기를 다같이 따라해서 복숭아를 유난히 좋아하던 둘째는 '복숭돼지'라고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깍두기는 '깍둑돼지', '연필'은 '연필돼지'라고 부르고 했는데 이를 본 영애를 깔깔깔 정신없이 웃어던 기억이 납니다.
영애는 정도 많고 불쌍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도 못했어요.
집이 지방이었던(경기도 어디같은데 기억이 가물합니다) 영애는 500원이 모자라다는 한 남학생이 말에 500원을 내어주었다고 했어요. 80년대 초니까 지금 500원보다는 컸던 돈이겠죠. 영애는 집이 넉넉치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500원을 주었다고 해서 나는 그거 다 수작이라며 쓸데없는 일을 했다고 냉정하게 말햇죠. 하지만 영애는 정말 차값이 모잘수도 있지 않겠냐며 자기도 그래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며 쓸쓸한 미소를 지었어요.
영애는 혼자 흥얼흥얼 잘했는데 '물소리 까만 밤 반딧물무리...' 노래를 듣고는 제가 그 노래를 가르쳐달라고 했지요.
영애가 한 소절씩 먼저 부르고 내가 따라 부르며 그 노래를 배웠답니다. 노랫말이 얼마나 고운지. 영애를 닮았다고 생각했죠.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영애가 떠오릅니다.
이제 퇴직을 하고 환갑이 되어가는 즈음, 부쩍 영애의 하얀 얼굴이 생각납니다.
노래를 좋아하는 영애가 왠지 이 프로를 듣고 있을 것 같습니다.
영애야 너무 보고싶다.
보고싶은 친구 '박영애'를 찾습니다.
바다
202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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