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생 첫차를 산 지 3주 남짓 된 왕초보운전자입니다
오늘 CBS 라디오가 저에게 위로가 되어 주더니 시련도 주네요
베테랑 운전자들은 아마 공감하시기 어려운, 그러나 저와 같은 초보운전 청취자 누구 한명은 공감해 주시길 바라며, 사연 올립니다.
앞만 보고 달리기도 버거운 초보운전자는 나는 언제쯤 라디오 들으며 퇴근할 수 있을까하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출퇴근길은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고, 오늘은 조금 일찍 퇴근한 덕분에 도로도 한산하니 용기내어 라디오를 틀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초보운전. 운전을 하면서 버튼까지 이리저리 조작하는 것은 나와 다른 운전자들을 위해 아직은 조심합니다. 다행히 요즘 차에는 음성인식 기능이라는 게 있습니다. "라디오 틀어주세요."하면 주파수 목록이 뜨고, 다시 한번 "CBS 음악 FM"했더니 박승화님의 가요속으로가 방송되는 시간이었네요. 남에 차에서 듣던 방송을 내가 운전하는 차에서 들으려니 몹시 감동스러웠습니다. 마침 들려주신 노래는 "웃는거야".
안그래도 회사에서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차안에서 아주 큰 소리로 웃는거야 따라 불렀더니 속상햇던 마음이 다 풀리더라구요.
우아~ 이래서 다들 차를 사는구나. 그 순간 차를 산것이야 말로 내인생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소비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박승화님의 방송을 들으며 노래를 들으며 퇴근하다 보니 점점 차가 많아지고 운전이 어려운 구간에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라디오를 끄고 초집중모드로 운전하기 위해 음성인식을 실행하였습니다.
"라디오 꺼주세요." 그랬더니 우리 붕붕이가 대답하길, "CBS 음악 FM 틀어 줄게요."
아니, 왜?
전 분명히 보았습니다. 라.디.오.꺼.주.세.요.라는 음성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을요. 제 음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라디오 꺼달라니까." "제가 실행할 수 없는 명령입니다."
아, 왜?
라디오 종료, 라디오 꺼라, 꺼주세요, 끈다, 끄세요, 끕니다.....무슨 말을 해도 우리 붕붕이는, "CBS 음악 FM 틀어드릴게요"라고 대답합니다.
이때부터 초보운전은 멘탈이 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네비는 경로를 이탈하였다고 하는데, 라디오에서는 계속 음악이 나오고, 전방주시 때문에 버튼을 찾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제발 꺼달라고 애원해도 우리 붕붕이의 답은 한결같습니다.
"CBS 음악 FM 틀어드릴게요!"
라디오를 너무 끄고 싶은데 끄지 못한 채로 어찌어찌 집까지 도착하였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시동을 껐더니 이제서야 라디오가 꺼집니다. 터덜터덜 집에 들어온 후에도 계속 머릿속에서 맴도는 우리 붕붕이의 목소리. "CBS 음악 FM 틀어드릴게요."
오늘 이 말을 20번은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발 꺼달라고 해도 꿋꿋하게 CBS 음악 FM 틀어주겠다던 우리 붕붕이. CBS 음악 FM이 무지하게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그렇게도 좋은가 봅니다.
박승화의 가요속으로와 사랑에 빠진 우리 붕붕이를 위해 신청합니다.
박지윤의 "난 사랑에 빠졌죠."
오늘도 도로에서 고군분투하는 초보운전 청취자들과 함께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초보운전자들에게 양보운전해 주시는 선배운전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우리 붕붕이가 CBS 음악 FM을 격하게 사랑하나 봅니다.
김지원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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