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덕에 호강하는 왕비!
이연옥
2001.07.08
조회 35
이제 막 여름의 문턱에 접어 들었는데 벌써 시원한 가을이 그리워지니
이를 어쩌면 좋죠...
그래도 뜨거운 햇살이 없으면 농작물이 실하게 익어갈 수 없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이 여름을 잘 견뎌야 겠지요..
안녕하세요!
남편이 임신중에 서운하게 하면 그 감정을 평생 가져 간다고 하지요..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서른살 늦은 나이에 동갑내기 남자랑 결혼을 하고,
다음해에 아이를 임신 했을 때 남편은 그다지 반가워 하지 않았습니다..
결혼 전부터 자신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얘기 하곤 했는데
제가 덜컥 아이를 갖게 되었으니, 남편은 많이 당황스러웠나봅니다.
열달내 입덧한번 마음 놓고 하지 못했고,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꾹꾹
참아야 했어요..회사도 9개월전까지 씩씩하게 다녔지만, 남편은
그만두라는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더군요..
그리고, 아이를 낳았는데, 1년동안은 크게 이뻐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조금 흘러 아이가 말을 하고 유달리 아빠를 따르자
남편도 점점 아이가 좋아 지는지 "야, 이녀석 없었으면 어쩔뻔 했어.."
하면서 야단이더군요.. 그럴때마다 저는
"아기 누가 낳았지?. 그때 먹고 싶은 것도 마음놓고 못 먹고.."
하면서 억울함을 표하곤 했지만, 정말 그 서운함은 해가 갈 수록 쌓이는
겁니다.. 그런데, 남편이 작년부터 슬슬 둘째를 갖자고 하는 겁니다..
당연히 저는 싫다고 했지요.. 나이도 나이였지만, 새삼스레 아기를
키운다는 것이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무슨일인지
5월들어 감기처럼 임신의 증세가 보이는 겁니다..
병원을 찾았더니, 임신 6주라고 하더군요...세상에나..
그런데, 병원에서 유산기가 있다고 조심하라더군요..
그날부터 저는 왕비가 되었습니다..
유달리 심해진 입덧 탓에 밥도 제대로 못 먹자, 남편은 주말마다
먹고 싶은 것이 없냐는 둥, 외식을 시켜주고 늦은 밤에도
제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데..."그러면 황급히 달려 나갑니다..
물론, 허리가 아프다고하면 허리도 주물러주고 다리가 부은것 같다고하면
다리도 주물러주고.. 예전에는 제 팔뚝이 굵다고 알아서 들라고 하던
물건도 "나, 팔이 아픈데.."하자마자 달려와서는 턱 허니 옮겨주지요..
둘째를 갖으면서 첫애때 못 누렸던 혜택을 두배로 톡톡히 누리고
있어서 좋기는 한데, 아직은 조심 조심 지내야 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자꾸 생각나 한편으로는 겁도 나네요..
시댁에는 아직 말씀도 못 올렸는데 이 방송을 듣게 되면 어른들께서
굉장히 좋아 하실 것 같네요...
친구들은 학부형이 되어 교육문제로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제 아기를 갖었다니까 모두들 "언제 키우냐" 하는 반응들입니다..
하긴, 서른다섯 임산부의 길은 정말 멀고도 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래도 내년 2월이면 저희집에 건강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릴 거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운이 마구 솟는 것 같아요...
유영재씨도 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고 음식 조심하세요..감사합니다...

다가갈 수 없는 너-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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