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목욕탕에서
김관곤
2001.05.17
조회 54
어느덧 따스한 햇살을 선물한 봄도 한걸음 물러나고 서서히 무더운 기운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어제 저녁에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여름 오기전에 온천 나들이나 한번 가자고 하시더군요. 저도 요즘은 시간이 있어 오랜만에 효도 한번 하고자 오랜만에 부모님과 온천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생각해보니 부모님과 함께 마지막으로 목욕탕을 간게 아득한 옛날이야기로 기억됩니다.
특별히 뭘 이루어놓은 것도 없는데 앞만 보고 나만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온 시간이 죄스러웠어요.
온천에 도착해서 표를 세 장사고 어머니는 혼자서 여탕으로, 아버지와 나는 남탕으로 향했죠.
탕안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고 잠시 편안한 명상에 잠겼고,그 편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사실 요즘 저는 일하던 중 허리를 다쳐서 집에서 치료 중입니다.흔히들 디스크
라고 부르는 증상이죠.
그러다 보니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뜨거운 물에 들어가니까
온몸이 모두 풀리고 잠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주위를 둘러 보니 아버지께서
구석에서 긴 타올을 가지고 어설픈 자세로 등을 밀고 계시지 않겠습니까.
내가 본 그 모습은 초라하기까지 했죠. 아들이 옆에 있는데 왜? 혼자서 그러실까?
일단,얼른 다가가 타올을 건네 받아 등을 밀어 드리기 시작했어요.
예전에 어린시절 목욕탕에서 보던 아버지 등이 아니더군요.
거무티티한 색깔, 탄력 없는 피부, 뭔가 가슴에서 저미어 오는 것을 느끼게 했죠.
내가 아버지등을 밀때 아버지께서 아파하시는 모습과, 내 등을 미는 아버지의 손길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나를 많은 생각에 빠지게 만들었어요.
아버지의 그 거대한 어깨가 더 이상 거대해 보이지 안더군요. 이제는
내가 감싸주어야 할 나이드신 부모님이라는 것을 세삼 깨달았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결코 아버지 자신이 만드신게 아니라 자식인 우리가 그렇게
만든 것이라는 생각하니 너무 죄스러웠습니다.어렸을 때는 무뚝뚝한 아버지가 왜
그렇게 싫었는지...
이제 그 이유를 조금은 알것 같더군요.
사실, 어렸을 때는 아버지와 목욕탕을 가는 것을 꺼려했거든요.
이유는 아버지께서는 때를 밀어 주실때 인정사정 보지 않고 때가 밀릴 때 까지
힘껏 밀기 때문에 때가 안나오면 피라도 날때까지 밀어주시거든요.
그래서 목욕후에 제몸은 잘익은 홍당무가 되버립니다.
그게 너무 참기 힘들었죠. 그런데 얼마 되지않은 시간에 이렇게 약하게 변하신
모습이 내 가슴을 너무 아프게 했어요.
오늘부터라도 아버지의 그 어깨를 하루에 하번만 이라도 어루만져 드리려 합니다.나 또한 10년,15년 아니면 그 이후라도 내 아들녀석에게 약한 어개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내 모습에 최선을 다하여 항상 노력하는 내가 되어야
갰다고 생각합니다.
BABY V.O.X의 패자부활전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