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병장님의 `이루어질수없는 사랑'
조정민
2001.03.05
조회 23
"야 고재호!" "병장 고재호"
"너 기합이 빠진 것 같지 않니?본인의 생각은?"
"예,그렇습니다."
"그럼 A,B,C 코스 중에서 선택해라. B코스 라고? 좋아.연병장 열 바퀴 뛰고 보너스로 마지막 바퀴는 오리걸음 실시! 빨리빨리 뛰어라. 숨쉴틈이 있나?''
"시정하겠습니다."
"숨이 많이 차지? 그럼 팔굽혀 펴기 50회 실시!"
그때 어디선가 나팔소리가 들려온다. "빰빠빠빠빠빠빠." 그러고 뒤이어 들리는 목소리, "빨리 기상 하라니까!.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기합을 주는데 누구야? 누가 나를 방해 하는 거야.응?"
그 순간 정신이 퍼뜩 들었다. 감고 있던 눈을 떠보니 내가 방금 상상 속에서 신나게 기합을 주던 "고재호병장"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토막잠에 빠졌던 나는 꿈 속에서 고병장에게 기합을 주고 잇었던 것이었다.
"방해하면 안 되는 건가? 너 기합이 빠진것 같지 않나? 본인의 생각은?
"예 그렇습니다.
"좋다 A,B,C코스 중에서 선택해라, C코스 라고?좋아, 아침식사후에 내무반 바닥및 침상청소를 혼자 해 놓을것!
"고 재호 병장" 내가 꿈 속에서 까지 ''복수''를 꿈꿀 만큼 나를 괴롭히던 사람이다.
마치 나만 지켜보면서 실수 거리를 찿아내기라도 하듯. 하지만 그가 처음 부터 그랫던건 아니다.
내가 일병이 될때 쯤에 형과 여동생,앞으로 형수님 되실분이 면회를 왔다.면회를 마치고 내무반으로 돌아왔을때 고 재호 병장(그때는 상병이었다)이 나르 조용히 불렀다.
그리고는 면회온 두명의 여인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보는 것이었다. 나는 얼떨결에 한명은 애인이고 한명은 그 애의 친구라고 말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은 커다란 실수였다. 고 병장은 미래의 형수에게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전화번호와 주소,좋아하는 것 등을 물어보기 시작한 것이었다.
고 병장이 형수님에게 편지를 보낸다고 하기에 형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하나뿐인 동생을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결국 형의 허락하에 나는 형수님의 주소를 고 병장에게 알려 주었고 ,형수님도 재미있다는 듯 답장을 고 병장에게 보내주곤 했다.그런 형수님 덕분에 나는 정말 "행복한"일등병 생활을 누릴수 있었다.
고병장의 비호 아래 기합도 빠졌고 PX에 가서 맛있는 것도 많이 얻어 먹었도,TV도 실컷볼수 있었고 .....그렇게 5개월여를 보냈다.
고 병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형수님을 더욱 좋아하는 눈치엿다.
양심에 걸렸지만 고 병장이 재대할때까지 비밀을 지켜주신 다는 형수님의 약속만 믿고 있었다.
그러나 행운은 더이상 지속 되지 않았다. 형의 결혼소식과 함께 날아온 처첩장 때문에,가족의 경조사가 있을때는 청첩장이나 초청장을 제출해야 휴가를 얻을수 있는데,형에게서 날아온 청첩장에 신랑신부의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던 것이다.그것을 본 고 병장의 표정이란........
형의 결혼식이 끝나고 부대로 돌아온 날부터 고재호 병장이 제대하는 날까지 나는 고병장의 각별한 괴롭힘에 시달려야만 했다.나는 괴롭히는 고 병장이 밉기도 했지난 마음속으로는 너무도 미안해 얼굴을 제대로 볼수 없었다.
만일 나에게 그런일이 있었다면 나는 아마도 더 했을 테니까!

우여곡절 끝에 나에게도 해방의 날이 왔다. 고병장이 제대하던날,내게 미안 했다고,그리고 정말 그녀를 좋아했다고 이야기 햇다. 형수님 결혼 소식에 몹시마음이 아팠고 소리없이 울기도 했단다.
머지 않아 나의조카가 태어 난다고한다. 오늘은 형을 보러가야겠다.고마운 형수님과 아직도 미안한 고병장님이 형수님에게 보냈던 순수한 연애편지를 훔쳐보기위해. 감사합니다....
박진영의 그대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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