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대구 중앙지하상가에서 혼자 밧데리로 전기 켜놓고 장사하는 외로운 아줌마입니다.
며칠 전 텔레비젼 화면에서 대우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시위 화면을 보고 노동자들의 부인들과 같은 심정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소위 말하는 고위층, 권력층들의 잘못으로 우리나라가 IMF를 맞았고, 잘사는 사람은 더 잘 살고 못사는 사람은 더욱 더 힘든 상황으로까지 오게 되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이해한다 하지만 해고 노동자들의 절박한 그 심정 당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알겠습니까.
저희도 99년 12월 31일 지역 모 일간지에 중앙지하상가 재개발이 고시된 후, 근 일년간 시위도 해 봤지만 상인들끼리 이권 다툼이 생기고 와해되어 결국 2001년 2월 1일자로 전기도 끊기고 260여 점포 상인들은 모두 떠나고 저만 외로이 남았습니다.
처음엔 재개발 업체인 (주)대현실업 직원들이 언제 비킬거냐며 찾아왔지만 이젠 포기를 했는지 영 발길을 끊어버렸습니다. 얼마 전에는 장사하는 저희가 밉다고 점포 앞 통로 전등을 빼버려 저희 가게를 도둑소굴같이 만들어 버렸는데, 시민들이 통로가 어둡다고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자 대구시설관리공단에서 직접 전등을 꽂아 주어 가게 앞이 환하게 되었답니다.
아는 몇몇 분들이 어떻게 밧데리로 전기를 켜 장사할 생각을 다 했냐며 대단하다고들 하십니다만, 사실 저희는 갈 곳이 없습니다. 2억5천만원 들여 장만한 점포 세 개는 대구시에 명도하면 약 3천5백만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 중 점포 두 개 세 놓으면서 받은 보증금 4천만원은 3천5백만원에다 5백만원을 더 보태줘야할 형편이구요. 아이 셋에 친정 식구까지 딸린 저희는 하루라도 벌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입니다.
재개발이 끝날 때까지 무작정 놀 형편도 아니고, 다른데 점포를 얻을 형편도 못 됩니다. 그리고 재분양되는 5평정도 되는 점포가 약 9천만원 하는 재개발비를 감당할 능력도 이젠 없습니다. 그러니 하루라도 더 버틸 수 밖에요. 말이 2억이지 어떻게 모아 장만한 가게인데 멀쩡한 상가 재개발이라니요 자다가도 벌떡벌떡 깨인답니다.
그런데 저야 하루라도 더 장사하면 좋습니다만, 한 달이 넘도록 재개발도 하지 않으면서 260여 점포 상인들을 다 쫒아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 많은 상인들이 한달 동안 장사를 했다면 그 돈이 모두 얼만데, 쫒겨난 사람들 거의가 영세상인들인데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지난 2월 28일 2.28공원이 조성되는 구. 중앙초등학교에서 문희갑 시장 및 시의원. 공무원 그리고 재개발 업체인 (주)대현실업의 손현수 회장 및 임원들의 2.28공원 및 지하주차장 조성공사 기공식이 있었습니다. 2.28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입니까? 자유당 정권의 부정부패에 맞선 고등학생들의 빛나는 정신 아닙니까? 그런데 일부 영세상인들의 피를 빨아 그러한 공원을 조성한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공원 하나 만들어 놓고 이름만 갖다 붙인다고 2.28의 뜻과 정신을 심을 수 있을까요?
코나의 Dreams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