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제가 초등학교 3학년 가을걷이를 위해 가정실습을 하던날입니다.
저의 할아버니 논에 타작을 하게 돼서 따라나서게 되었지요.
제 남동생과 여동생 이렇게 셋이서 볏짚 쌓아놓은 것 위로 뛰어다니기도 하고
벼 사이로 숨바꼭질도 하고 참 재미있게 놀았지요.
논에서는 할아버지와 언니, 할머니 그리고 여러 이웃아저씨들이 열심히 추수를 하고 계셨답니다.
아침 내내 그놀이를 하고 있다가 오후에 좀 따분해져서 우리 셋은 다른 놀이를 해보기로 했답니다.
할아버지 논 위쪽에는 커다란 향나무가 있었는데 그쪽에서 개소리들이 많이 들렸답니다.
우리는 향나무 그늘에서 숨바꼭질을 하다가 그 옆에 있는 초라한 초가집을 발견 하게 되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우리는 거기로 뛰어가봤지요.
개소리가 많이 나긴 했지만 정말 온통 개판이었습니다.
아마 열마리도 넘었을꺼예요. 주인이 개장수가 아닐까 싶었어요.
그런데 그때 정말 큰 개소리가 나는 겁니다.
뒷뜰에서 나는 소리였어요.
우리가 가만있었겠습니까?
살금살금 들어가 보았지요.
아.....
정말 큰 개였습니다.
송아지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개가 굵은 쇠개고리에 묶여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정말 굵은 개고리였습니다.
절대 떨어질것 같지 않은 그런 고리 말입니다.
보고만 있는 우리일리가 없겠지요.
엘롱엘롱 엄지를 빰에 갖다 대고 연신 놀려 댔어요.
개가 우리를 보더니만 헐떡이기 시작했습니다.
들썩 들썩 개집이 흔들리기 시작 했죠.
하지만 절대로 그 개고리는 끊어질 것 같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덩치가 큰 개가 고리에 묶여서 요동을 치는 것을 보고는 아마 쾌감을 느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은 땅에서 점점 더 높이 들썩였고 그 개의 코심 소리도 더 쌕쌕 거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해서 작은 돌멩이도 던져보고 놀려 대고 있었습니다.
겁도 없이...
아...뿔...싸....!
그순간 끊어지는 개... 고....리....
절대 끊어질것 같지 않던 그 굵은 개고리가 풀리고야 말았습니다.
남동생과 여동생은 놀라서 얼어버렸고 난 반사작용인지 어떤건지 몰라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해놓은 게 있어서 그 개가 가만있을것 같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뛰었습니다.
사정없이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두만요.
씩씩 거리는 숨소리도 들렸구요
살아야했습니다.
그래서 달려야 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작은 여자아이가 송아지 만한 개 앞에서 달리고 있었습니다.
정말 태어나서 처음 그렇게 달렸습니다.
운동회때 연신 꼴찌여서 공책한권 한번 못타본 제가 그 큰 개 앞에서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참 희한했습니다.
그렇게 빨리 달리는 그 순간에 필름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더구만요
"아니 이렇게 빨리 달릴수가. 이 속도면 100m달리기에서 신기록을 세울수도 있을꺼야"
그 때 저는 초능력을 느꼈읍니다.
제 발이 땅에 닿지를 않는 겁니다.
정말이예요.
공중에서 발을 허우적대며 달리고 있는것 같은 기분 두분은 모르시죠?
정말 열심히 달리고 있는 데 멀리서 할아버지와 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두발로는 공중을 날면서 할아버지에게 한손을 흔들며
"살려주세요. 사람살려요"소리도 질렀습니다.
그순간 사실 위급한 순간이었지만 쬐금 부끄럽기도 했답니다.
나중에 언니가 해주는 얘긴데요 제가 그렇게 약300m를 달렸답니다.
그런데 그 덩치큰 개가 달려오는데도 저와의 간격이 줄어들지않았답니다.
언니는 그런일은 아직도 기적이라도 말합니다.
정말 살아야겠는 의지는 어른이나 아이나 별 차이가 없나봅니다.
제가 앞에서 열심히 달리고 개가 달리고 할아버지가 절 구하려고 달리고
나중에 온 개장수가 달려오고 ...
마치 육상경기처럼 그렇게 달렸답니다.
시내가 보였습니다.
사람의 집 대문을 보았였지만 열려있지 않았어요.
속도도 줄일 수도 없었구요.
그래서 담을 뛰어 넘어 보기루 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제 키 를 상상해 보신다면 이거 역시 모험이였습니다.
지금의 제키가 149cm임을 감안해 보신다면 이해가 빨리 되실겁니다.
담을 넘었습니다. 그것도 훌쩍
손으로 담을 더듬으면서 달려오는 가속도로 담을 넘었지요.
그순간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마 홍길동도 이런식으로 넘었을꺼야" 라고.
개가 대문을 들이받는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대문 문고리를 붙들고 매달렸습니다.
밖에서 할아버지와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렸고 개의 씩씩대는 소리가 잠잠해지는 듯했습니다.
그순간 잠시 저를 추수려 보았지요
입에서는 피가 범벅으로 흐르고 있었어요.
잇몸위쪽에서...
입은 피비린내로 가득찼지만 살았다는 안도감으로 저는 기절을 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안 얘긴데 그개는 미친개 였답니다.
주인 아저씨가 아끼던 개였는 데 광견병에 걸려서 마을 사람들이 죽이라는걸
뒤뜰에서 아저씨가 몰래 키우고 있었던거라더군요.
클래오-덫
가을걷이를 위해 가정실습을 하던날
서은화
200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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