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제 대학교 4학녀이라 정식적인 직장은 없지만, 고등학생때부터 제 용돈은 스스로 벌어쓸려고 노력한 덕분에 아르바이트 경력은 꽤 화려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다양한 일들을 해 봤는데요 예를들면, 신문배달, 건설현장 인부, 세차원, 주유원, 목욕탕떼밀이, 보안요원, 전단지돌리기, 엿장사, 군밤장사, 공장생활 등등등...그래서 이번 편지는 제 아르바이트 경험담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이제까지 주절주절 떠들어대고 이제야 본론에 들어가는군요.. 이해해 주셔유. 제가 충청도 사람이라 그런거니께유~~~~~~우우..
때는 1998년4월. 군대에서 갓 제대하고, 혈기 왕성한 나이에 사회에만 나오면 뭐든지 다 할것같은 기분이었죠..마침 신학기가 시작한지도 한달여가 지나 할 수 없이 일년을 쉬게된 김에 학비나 벌까 싶어서 시작한일이 ''세차원''이었습니다.
아=))) 뭐랄까 웬지 재미있을것같더라고요..
아무튼.. 다행히 제가 일하게 된 세차장은 온양(온천이 유명합니다...)에서 제일 큰 세차장이라서 일거리도 많았고, 덕분에 보수도 다른 세차장에 비해서 쌘(?)편이었지요..게다가 저희 사장님 정말 오리지날 충청도 양반체질로 절대 서두르거나, 화내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렇게 너무나도 만족스럽게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날 드디어 불행의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저희 세차장에 단골로 오시는 모다방 사장님이 계셨는데 그분이 이런 시골에서는 보기 드문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셨지요..그런데 그때쯤 저는 한참 국가고시(자동차 면허시험)를 준비 중이었습니다. 뭐 자동차 면허증을 따본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사실 필기시험은 그다지 걱정할것까진 없지 않습니까.. 문제는 실기시험이었죠.. 그때저는 이미 운전을 어느정도 할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왕이면 최고급 승용차로 연습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점심시간 모두들 밥먹고 조금의 휴식을 즐기고 있는 그때 저는 몰래 그 고급 승용차에 올랐지요.. 야..제차는 아니지만 정말 황홀하더군요. 아무튼 조심스럽게 시동을 걸고 조심스럽게 후진연습을 하고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정말 둔탁한 소리가 나더군요 "쿵" 그리고 쇠 긁히는소리가 이어지더라고요.."찌이이이익.."
순간 저 정말 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리고 설마설마하며 차에서 내렸을때는 이미 세차장 마당엔 사장님과 같이 일하는 형들이 나와 있더군요..
정신을 차리고 자동차 뒤로 가보니 중국집 배달용 승압차는 반쯤 찌그러지고, 바퀴 밑에 사장님 아들 세발자전거가 뼈대만 남아 있더군요.
아!!! 정말 하늘이 노랗더군요..아르바이트 그렇게 많이 해봤어도 그렇게 큰 대형사고를 쳐본적은 없었거든요.
사건의 전모는 이렇습니다. 그 고급 승용차에 올라타서 황홀해있을때 그릇을 가지러 온 중국집 승압차가 바로 제가 탄 차 뒤에 주차를 해놓았고.. 혼자서 차 안에서 황홀해 하던 저는 차가 바로 뒤에 주차돼 있는지도 모르고 후진하다가...그만..
저는 정말 제가 저지른 일에도 놀랐지만 더욱 놀란건 저희 사장님의 인덕에 더욱 놀랐습니다.
저희 사장님 그렇게 어마어마한 사건이 눈앞에 벌어졌는데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시고 찐한 충청도 사투리로..." 괜찮~~~~어~~어.. 쯔..!! 후=))) 상관말고 일들혀.."라고 그러시대요..그리고 저에게는 잘못에대한 충고만 하시더군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어림잡아도 견적이 꽤 많이 나왔을 텐데 저희 사장님 아무런 추궁이 없으셨습니다.
저는 생각했죠.. 이분은 날개없는 천사다라고요..
그렇게 그렇게 한달이 흐르고, 월급날이 되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런데 퇴근시간에 다른 형들은 다 월급을 받는데 제 월급봉투는 없는게 아니겠습니가..???
저는 궁금해서 사장님께 여쭤봤습니다.."저 사장님 제 월급은요..?"
그러자 제가 그렇게 존경하던 저희 사장님 뭔가를 저에게 주시더군요..저 떨리는 손으로 그 종이를 펴봤더니 견적서하고, 앞으로 두달이면 넌 자유의 몸이다...라고 써 있더군요..
하=))) 그렇습니다. 그렇게 속된말로 월급에서 자동차 수리비를 ''깐''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노비문서에 묶여서 세달을 더 열심히 일하고 저는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름의 악몽을 잊기위해 겨울까지 공부만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때는 수능시험철...책이나 살까하고 밖에 나갔다가 고급스러운 포장지로 포장된 온갖 ''엿''을 보는 순간 저는 기가막힌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습니다.
제가 구상한 사업은 겨울밤에 메밀묵과, 찹쌀떡을 파는것처럼 ''엿''을 팔아보자라는 거였습니다. 때도 입시철인지라 정말 계산대로만 장사가 된다면 금방 억만 장자가 될것 같더군요..
아무튼 당장 구상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목공소에가서 좌판부터 짜고요...시장에가서 제 전 재산을 다 엿사는데 쏟아 붰습니다. 대박을 굼꾸며..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밤이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어둑한 밤이오기가 무섭게 좌판을 목에 매고 아파트 단지로 향했지요..
그런데...그런데...이게 왠일...!!! 아파트 정문을 지키는 경비 아저씨의 철통같은 경계때문에 정말 아파트로 진입하기조차가 힘들더군요..
우여곡절끝에 아파트진입까지는 성공했는데 정말 생각했던것처럼 큰 소리로 물건 파는게 쉬운일이 아니더군요..
하지만 제 전 재산이 들어간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인지라 용기를내서 한마디 우렁차게 한마디 내 뱄었습니다. "엿 드세요..."
처음 시작하기가 어렵지 한번 해보니까 용기가 생기더군요...그래서 저는 계속 "엿드세~~~요", "호박엿 드세요.."를 외치며 돌아다녔습니다.
아~~!!! 제 생각대로 반응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 야심한 시간에 너도나도 베란다를 열고 내다보고, 심지어는 캄캄하던 집도 불을 켜고 내다 보대요..
그런데...잠시후...멀리서 이옹이옹이옹하고 경찰차 소리가 들리더군요...
후..............!!!
영문도 모르고 저 경찰서로 끌려 갔습니다. 그리고 난생처음 조소라는것도 써보고요..
그리고 그때 느낀건데...왜..엿먹으라는게 우리 사회에서는 금기시돼야만 하는지 정말 가슴깊이 냉철한 이성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또 한번의 아르바이트를 접고 저 정말 부모님 뵐 면목이 없더군요..
그래서 생각해 낸것이 ''원양어선''이었습니다.
몇일을 혼자서 고민하다가 길고긴 편지를 쓰고 저는 큰 가방에 옷꾸러미를 챙겨서 집을 나왔습니다. 기차를 탈려고요..
그런데 역에 가보니 저희 아버지, 어머님이 먼저 와 계시더군요..
저희 어머니 큰 가방을 들고 어깨 축 늘어트리고 집을 나서는 제 모습이 이상해서 제 방에 들어가셨다가 제가 쓴 편지를 읽으시고 부랴부랴 아버지와 역으로 오신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 많은데서 정말 문자그대로 돈주고도 못볼 귀한 구경거리가 벌어졌쪼..
망망대해로 나가서 돈을 벌어오겠다느니, 외아들이라 안된다느니...한참동안 실강이를 한거 아님니까..
저 지금와서 생각한건데 그때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한건 제 정신은 말짱하거든요..
아무튼..그렇게 원양어선의 꿈도 접게 됐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이제는 대학교 4학년이 됐지요..
이젠 더이상의 아르바이트를 하고싶어도 못할 나이지요..좋은 직장 구해서 평생 정말 열심히, 보람되게 일하고 싶은데 그럴려면 올 한해 정말 공부 열심히 해야 겠지요..
먼 훗날 우리 -보아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