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얼굴
송유선
2001.02.25
조회 25
오늘은 아침부터 아버지 께서 서두르신다. 아침에 예약 손
님이 있나보나. 한 시간도 채 못 주무셨는데 벌써 나갈 채
비를 하시는 아버지. 언제나 새벽 3시 쯤이나 되어서야 일
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시는 아버진 생활의 무게를 감추
려 하시지만 거짓말 쟁이로서의 자질은 없으시나보다,
난 아버지의 특유의 코고는 소리, 잠꼬대 소리만 들어도 느
낄수 있다. ''오늘 하루는 그런일이 있으셨구나.''
어버지의 잠자는 모습을 보구 있노라면 참 여러가지 생각들
이 떠오른다. ''혼자서 이 조그마한 가정이라는 둥지를 만
들어 오신 게 힘드시겠구나.'' 하며 연상되는 지나간 시간
들. 그둥지 속에서 세상 어려운거 모른채 철없는 행동을 하
는 지금의 내 모습들. 그럴땐 나는 그 어떤 것 보다도 쓸
모없는 내 자신 앞에 무기력해 진다.
''어버이날 제대로 꽃 한번 못 달아 드리면서, ''사랑해
요'' 하고 웃음을 지어본적이 있나?'' 하고 의문을 던지지
만 답은 곧 나온다. 나는 여전히 철없는 딸이고 아버지 앞
에선 한없이 무뚝뚝하기만 하니까.
''에이, 지금이라면 말 할수 있는데. 아빠, 사랑해요, 사랑
해요.'' 몇백번을 얘기해도 주무시는 아버지의 귀에 들리
지 않는다. 마음은 열려져 있지만 닫혀져 있는 내 입은 천
근만근 무겁기만 하다. 이렇게 고민하다 가도 아침이 되면
나는 또다시 철없는 딸이 되어있다.
"손님 몇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그전에 나 좀 태워 줘. 지
각할것 같단 말야."
"대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지금 출발해도 촉박한데..."
말끝을 흐리시는 틈을 타 난 더 화를 내기 시작한다.
"그러면 좀 일찍 깨우지..아침부터 이게 뭐야? 밥도 못 먹
고..하루종일 또 배고프겠네."
엄마의 빈자리를 채울수 있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힘든 노동
을 하고 오신 아버지에게 밥까지 바라는 참 못된 이기적인
딸이다. 난 아버지의 아픈 가슴을 이렇게 더욱 긁어 놓는
다. 이런 딸 어디가 좋다고 그냥 가시다가 이내 발길을 멈
추신다.
"빨리 준비하고 나오너라."
내심 좋으면서도 차에 타면서 또 이런 말을 중얼 거린다.
"지금가도 늦는건 마찬가지잖아. 어휴, 매일 이래."
학교로 향하는 길에 전화가 걸려 왔다. 아빠가 쩔쩔 매시
는 걸 보니 손님인가 보다.
"예,예, 곧 도착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요. 예 알겠
습니다. 예.예"
죄송 스럽다. 그러나 못들은 척 차에서 내려 교문으로 들어
선다. 세상에 나같은 딸만 있다면 모든 아버지들의 가슴
이 아파서 어떻게 살까. 속을 들여다 볼수 있다면 너무 속
을 썩여서 모두다 타버렸을것 같다.
야간 자울학습을 마치고 교문을 나선다. 아침에 아버지에
게 부렸던 짜증에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찜찜하
다. 캄캄한 밤하늘도 오늘따라 왠지 더 쓸쓸하게 느껴진다.
그럴때면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이라도 듣고 싶은데. 매일
밤에 일을 나가시는 아버지도 이런 심정이시겠지. 엄마의
빈자리로도 허전할 것인데, 내색하나 않으시고 우리 두 남
매를 꿋꿋이 키워 내시는 아버지....
언제 부턴가 어릴적 크게만 보이던 아버지가 내가 커지고
세상을 조금씩 알아감에 따라 아버지의 존재는 더욱 작아지
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버지를 아버지로 보지 않고 ,다만
가족을 위해 존재하는 일꾼으로 무의식 중에 바라고 있는지
도 모르겠다 .
이젠 그 넉넉한 마음이, 그 넓은 어깨가 더 움츠려 들기전
에 활력소를 선물해 드리고 싶다.오늘만은 멋있는 딸이 되
고 싶다.세상 무엇보다 가장 힘있는 말을 오늘은 꼭 전해
드리고 싶다. 바로 이말...
" 아빠, 사랑해요."
한동준의 세상 모든 기쁨을 그대 가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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