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국과 아버지!
정태욱
2001.02.25
조회 25
저는 중학생입니다. 이번에 우리 아버지의 괴상한 식성을 이 세상에 밝혀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로 말씀드릴것 같으면, 이곳에서 가장 큰 양계업을 하시는 대지주 이십니다. 또 가정에 충실하시고, 유쾌하시며, 성격좋으신 그런 아버지 이십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나무랄데 없는 아버지시지요.... 그런데, 저희 아버지께 단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괴상한 식성이 있으시다는 겁니다. 그것은 바로! 북어를 비롯한 명태시리즈! 여기서 명태 시리즈란 생태, 동태, 황태, 북어를 말합니다. 다시본론으로 와서 아버지께선 이 명태시리즈 얘기만 들어도 치를 떠시는 그런 분입니다. 특히 북어국은 십리 밖에서 냄새만 맡아도 투덜거리시는 그런 분이시죠.... 왜 그러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어렸을때 북어를 드시다가 탈이나셔서 그렇거겠지요..... 그런데 제 동생은 또 그놈의 명태시리즈를 그렇게 좋아합니다. 명태 하나만 놓고 밥한그릇 뚝딱하는 경지에 있죠.... 어쨌든 이렇게 명태를 싫어하시는 아버지께서 그전엔 무슨일이 있었냐면은, 아버지께서 어떤 중요한 손님을 접대하실일이 생겼는데, 하필 그손님은 북어국 전문점을 가자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이걸 어쩌랴! 중요한 손님인데 안된다고 할 수도 없고, 눈물을 머금고 슬금슬금 그 손님을 따라가셨습니다. 어쨌든 그놈의 북어국 전문점에 가셔서 아버지께선 그곳에 있는 메뉴중 아주 다행히 된장찌개가 있는것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된장찌개를 주문하셨다고 합니다. 물론 그 손님께서는 북어국을 주문하셨고요...... 그래서 된장찌개가 나왔는데! 아 이걸어쩌랴! 된장찌개에 북어가 둥둥 떠다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손님앞에서 다 건져 낼수도 없고, 어쩔수 없이 그것을 다 드시고서는 집에오셔서 먹은 북어국을 모두 화장실 변기통에 쳐박으셨습니다. 어쨌든 이런 에피소드를 가지신 아버지께서 어느날 갑자기 집에 2시가 넘어도 안들어 오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동생은 들어가 자고 엄마와 저는 졸린 눈을 쓱쓱 비벼대며 아버지를 기다리는데, 2시 30분쯤 되서 아버지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문을 열어보니, 그곳엔 고주 망태가된 아버지께서 기분 좋으시다는듯 노래를 부르고 계셨습니다! 어쨌든 방에 아버지를 뉘인 저와 어머니는 한숨을 쉬고 있는데 갑자기 아버지께서 벌떡 일어나시더니 이렇게 외치시는 겁니다! - 가서 유리 데리고와! 참고로 유리는 제동생입니다. 어쨌든 아버지는 자고 있는 유리는 억지로 깨우시더니 춤을 추라고 막 소리를 치시는것 아닙니까? 어머니께선 화가나셔서 - 그만 하지 못해욧! 어머니의 소프라노 목소리도 아랑곳 않고 아버지께선 계속 동생에게 춤추라고 시키고 아버지께선 흥이 나신지 노래를 계속 불러대셨습니다. - 아이그 인간아! 내가 너땜에 못살아!!! 어머니의 이런 목소리와 함께 대판 부부싸움이 벌어졌고, 아버지께선 대패하시고 코골며 주무셨지요..... 이일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그 다음날! 아침을 먹으로 부시시 일어나 밥상앞에 앉아보니! 이게 웬일! 아버지께서 치를 떠시며 싫어하시는 명태시리즈가 나란히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우선 쭉 나열을 해보면 북어국을 시작으로 북어구이, 북어찌개가 있었고, 황태구이, 명태구이, 동태구이는 가스렌지위에서 춤을추고 있었고, 그옆에있는 동태찌개도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저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데, 아버지께선 지은 죄가 있으신지라 고개만 푹숙이고 간신이 이런말을 꺼내셨습니다. - 여보 미안해...... 그렇지만 어머니께선 흥 소리와 함께 차갑게 자리에 앉으셨고, 아버지께선 울상을 지으며, 부가적으로 놓은 김치와 함께 맨밥을 아침으로 드셨다고 합니다. 물론 제동생은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쾌재를 부르며 게걸스럽게 명태시리즈를 먹어치웠고요..... 어쨌든 아버지께선 지금도 명태시리즈란 말만 들어도 치를 떠십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인간적인 아버지가 좋습니다. 아버지! 사랑해요!
현진영 "너에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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