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초등학교 삼학년 때부터 자기 신발은 스스로 닦
아 신도록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들을 이모집으로 놀러 보내놓고 혼자 무
료하여
오랜만에 실내화며 운동화들을 모아서 깨끗히 닦아놓을 생
각을 했다.
돌아와서 기뻐할 아이들을 떠올리며...
신발 닦는 일이 의외로 힘이 들고 귀찮아 自立이라는 허울
아래 아이들을
부려먹어(?) 왔었는데 콩쥐 에미가 모처럼 큰 맘을 먹은 것
이다.
큰아이 실내화와 작은아이 실내화, 운동화, 내 운동화, 신
주머니 두개...
좁은 욕실 바닥이 복잡하다.
대야에 물을 받아 신발을 흠뻑 적신 후에 골고루 비누칠을
미리 해 두었다.
그리고 때가 불을 동안 신주머니를 빨아 먼저 널어 놓고...
그 다음...
내 운동화를 먼저 솔질을 해서 쓱삭쓱삭 닦았다.
나머지 한 짝도 쓱삭쓱삭...
대야가 좁은 관계로 먼저 행궈 널어 놓으려고 신 두 짝을
엎어놓고
물 속에서 주물러 비눗기를 빼려는데 아무래도 바닥 모양
이 이상해...
아니...
내가 짝짝이 신발을 여태 모르고 신고 다녔나?
바닥 줄 무늬가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분명 짝짝이 신발이었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싸구려니까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하고 계속 행궈 널어놓고.
이번엔 큰아이 실내화 ...
역시 힘 좋게 쓱삭쓱삭 닦아 두 짝을 엎어 놓고 행구려는데
이게 웬일...
이 신발도 짝짝이 일세.
놀라 이리저리 살펴보니 ...
내 것과 큰아이 것 두 켤레를
서로 짝을 바꿔 닦아 놓고 혼자 놀라고 있는 꼴이라니...
색깔과 크기가 비슷하기로서니 운동화와 실내화를 구별 못
하고
헷갈리다니...
이러다가 서서히 늙는거로구나...
기가막혀 혼자 피식 웃어본다.
하얗게 닦인 신발들을 나란히 세워놓고 보니
어느새 이 에미와 발 크기가 같아져버린 아이들이 대견하
여
또 한번 웃음이 나온다.
JULIET - JUL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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