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이제는 훌훌털고 일어나라.
신혜영
2001.02.24
조회 25
안녕하세요? 오늘 제 친구의 이야기를 하고 그 친구에게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어서 이렇게 몇자 적습니다.
올해 31세된 제 친구와는 97년 직장에서 처음 만났어요. 시원시원하고 활짝 웃는 모습이 멋스러운 그 친구와 금방 친해져 여고때 사귄 친구 못지않게 친하게 지냈어요. 대구가 고향인 그 친구는 여자 혼자 몸으로 서울 올라와 원룸을 얻어 밤 늦게까지 야근을 자처하고 모든 일에 열심히였어요. 그즘 전 결혼을 심각하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때였는데, 친구는 사회적으로 확실한 자기 자리를 잡기까지는 결혼생각이 없다며 화려한 싱글을 외쳤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멋있고 당당하던지요...
그러던차에 99년에 친구가 느닷없이 선을 보았다며 그 사람이 참 괜찮아서 연애기간도 짧게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답니다.
정말 외적으로는 좋은 조건의(?) 신랑감이었어요.
1개월 차이로 그친구는 11월에 저는 12월에 결혼을하여 인생의 새 출발을 비슷하게 시작하였습니다.
너무 짧은 연애탓일까요? 아님 너무 조건만 보았던 탓일까요?
제 친구는 결혼 9개월만인 2000년 10월에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이혼을 하고 말았답니다. 그 사정이야 당사자들만이 가장 잘 아는것겠지요. 친구는 서울을 떠나 대구에서 출산하였고, 출산후 아이도 전남편이 바로 데려갔답이다.

한동안 연락을 끊다시피한 그 친구가 며칠전 서울에 올라왔어요.
친구의 친정집에서는 전남편 생각이 날까봐 서울을 못가게 하는걸 도망치다시피 해서 올라왔다고 하더군요.
생기없이 푸석한 얼굴을 보았을때 그동안의 마음고생은 듣지 않아도 다 알겠더라구요. 그친구 지금 어떤상태냐면요 이혼한걸 너무도 후회하고있고 전남편과 아이가 보고싶어 병이났어요. 그래서 정신과 진료도 받고 있어요.
한 일주일정도 저의집에서 생활했는데 곁에서 지켜보기 참 안쓰럽더라구요.
그때 같이있을때 차마 마음아파 건네지 못했던 말을 몇자 적어볼께요.

"친구야. 치아가 다 보일정도로 활짝 웃고 다니던 네 모습이 어찌나 멋스러웠던지 나도 네 웃음을 따라해보려 참 애썼던거 넌 모르지? 근데 그러던 네 얼굴에서 지금은 ''피식''하는 웃음조차 보이지 않으니 네가 아닌것같아 낯설구나.
나도 인생을 많이 살지않아 네가 조언을 구할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라는 말밖에는 해줄수 없어서 안타까웠어. 지금 네게 어떤 말들도 다 스쳐지나는 잡음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는걸 알아. 하지만 친구야.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그 무수한 날들이 저만큼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잖아. 너무 괴로워 죽겠다는 생각 난 너무도 무섭다. 그래 실패라면 한번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바라보고 달려가자. 자꾸 뒤돌아보면 후회만 생기잖니? 후회만 하기엔 우리 나이가 아직 젊잖아. 앞으로 펼쳐질 또다른 너의 세상을 위해 한번의 실패를 밑거름삼아 우리 멋진 인생을 살아보자꾸나.
건강 조심하고 자주 연락하고 살자. 힘내라! 사랑하는 내 친구야"
변춘애님. 제 친구가 힘내서 씩씩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좋은 말씀 부탁드려요.

Y2K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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