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된 이유는 살림사는 남편, 일하는 아내란 주제를 보고 꼭 소개 해야 될 사람이 있어서 부랴부랴 글을 띄웁니다.
그리고 전업주부로 열심히 살아가는 형부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 랍니다.
우리 형부 사람 좋은건 남들이 다 인정하는 아주 여리고 정많은 사람이랍니다.
처음부터 형부가 살림을 했던건 아니랍니다.
예전에는 꽤 자리도 좋고 매출도 많은 모 우유보급소를 넉넉한 웃존까지 주고 인수해서 열심히 장사하던 바른 생활 아저씨였죠.
단체 급식이나 대형 슈퍼 , 그 밖에 거래량이 많은 거래처에는 기사 아저씨 대신 형부가 직접 수금을 다녔는데 그 쪽에서 어려운 사정 얘기를 하면 수금을 못 해오기가 일쑤였답니다.
게다가 친구들이 찾아 와 보증을 서 달라고 하면 언니에게 속이면서 까지 보증을 서 주는등 정말 못말리는 형부였답니다.
그러던 중 5년전 보증서준 친구가 부도를 내고 사라지자 형부는 친구 대신 빚을 갚기 위해 우유 대리점을 헐값에 처분했고 빚갚고 남은 약간의 돈으로 그때부터 언니가 시장 어귀에서 장사를 하면서 형부의 주부 생활이 시작되었답니다.
언니 생각은 형부는 너무 사람이 여려서 돈을 벌 수 없다나요.....그 상황에서 누굴 탓하겠습니까.
형부는 말없이 집안 살림을 도맡게 되었는데 뜻밖에도 형부 살림 솜씨가 정말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군요.
집안 구석구석부터 주방살림까지 유리알처럼 닦아 놓은 걸 보고 전 무척 놀랐답니다.
언니가 집안일을 할때보다 더 깨끗하더군요.
그리고 형부는 제가 가끔 놀러 가면 맛있는 요리도 해 준답니다.요즘 잘 하는 요리는 돼지고기에 고추장을 많이 넣고 야채를 듬뿍 넣어 잘 주물러 만드는 볶음 요리인데요, 정말 맛이 일품이랍니다.
제법 살림을 살아본 저도 형부한테서 가끔 요리 비법을 배울 정도죠.
사실....남자가 집에서 살림한다는게 생각하기에 따라선 남자로서 좀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젠데....형부는 아무래도 적성에도 맞는 듯하고.
암튼 조카들도 요즘은 형부가 으레 집안일을 하는걸로 인식하고 있더군요.
형부가 그렇게 내조를 잘 해준 덕분에 언니가 하는 장사도 더욱 잘되고 있답니다.
야채부터 생선 ,과일까지 없는게 없는 언니의 작은 가게는 단골손님도 많아 졌구요,
시장에서 야무지고 부지런한걸로 소문도 났답니다.
언니와형부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천생연분같아 웃을때가 많답니다.
밤10시가 다 되서 집으로 가는 언니를 위해 형부는 된장찌게 보글보글 끓여 놓고 오늘도 아파트 11층 베란다에서 목을 길게 늘어뜨리고 기다리고 있겠죠.
188센티미터의 큰 키에 솥뚜껑만큼 큰 손으로 조물조물 행복을 요리하는 우리 형부를 위해 제가 용기 내서 이 글 띄웁니다.
J의 Feel Me
내조만점에 살림까지 잘사는 현父양夫우리형부!
구명숙
200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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