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고 있는 강인숙이에요.
우리 엄마에 대해서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우리 아빠는 허리가 38인치이고요, 몸무게가 89㎏이거든요, 내 몸무게는 43㎏이고요. 그러다 보니 숙제 해놓고 저녁 먹고 나면, 운동하라고 학교 운동장으로 쫓겨나기 일쑤예요.
토요일, 일요일은 더 심하고요.
아빠와 나는요, 살이 찌다보니까 움직이기를 싫어하거든요.
그런데 운동하러 가라니까 싫어서 미적미적하고 있으면 “줄넘기를 하든지 운동장을 좀 돌든지 빨리 나갔다가 오지 않고 뭐해요.”
엄마는 막 소리를 질러요.
그러면 우리는 마지 못해 서로 눈치를 보면서 옷을 입어요.
엄마가 더 잔소리를 하시기 전에 아빠와 나는 집을 나오거든요. 며칠전에는 엘리베이터에서 옆집 아줌마를 만났는데 “이렇게 늦게 어디 가세요?”그러시잖아요.
그러니까 아빠가 얼른 “쫓겨 났어요. 서진이 엄마가 얼마나 무섭다고요”하시잖아요. 이상하다는 듯이 아줌마가 우리를 바라보시는데 속이 좀 상했어요. 그런데 밖에 나가면 운동장에는 안가고요, 할인매장 같은데 가서 재미있는 만화책도 보고 시식코너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요, 아빠랑 나랑은 연인같이 데이트를 해요.
집으로 올 때는 포장마차에서 닭꼬치랑 붕어빵이랑 호떡도 사먹고요.
엄마는 나가면 운동하는지 아는데요, 우리는 더 많이 먹고 다니거든요. 그러니까 살이 안빠지는 거예요.
무서운 우리 엄마는 아빠와 나의 살 때문에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해요.
하지만 아빠와 나의 생각은 그게 아니거든요.
먹고 싶은 건 먹어야 되지 그렇지 않으면 밤에 잠이 안오거든요.
저녁을 일찍 먹은 날은 자려고 누웠다가도 일어나서 뭐 먹을 것 없나 찾게 되거든요. 입맛 다실 게 없으면 라면이라도 먹어야 잠이 오니 말이에요. 그러면 엄마의 잔소리가 또 시작된다니까요.
“참아요, 참아. 물이나 먹고 자라니까요”라고요.
언제쯤이면 우리 엄마의 잔소리가 끝이 날까요?
화이트 뱅크의 흐린날의 기억
다이어트가 기가 막혀..
강인숙
200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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