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기동에 사는 박문철이라고합니다. 2년여 전에 결혼해서 아들 하나를 두고 있습니다. 평소 저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일이 닥치고 말았습니다. 일인 즉은, 저는 지금 주택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결혼 전에 한푼 두푼 아껴서 모은 돈으로 전세금을 마련했습니다. 결혼을 서두르다보니 여기저기 알아볼 새도 없이 부랴부랴 집을 얻게 되었는데, 마침 같은 고향분의 집이라서 별 다른 의심없이 전세계약을 했었습니다. 오래된 주택이라 2년여 동안 집사람과 갓 태어난 어린 아들이 여름에는 찌는 더위에, 겨울에는 혹한과 사흘이 멀다하고 얼어붙는 수돗물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2년 계약이 끝나면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갈테니까 하는 기대로 집사람과 저는 조금을 무리를 해서라도 지금껏 차근차근 적금을 불려나오던 터였습니다. 올 4월이면 전세기간이 만료가 됩니다만 혹시나해서 법원에서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보니 이미 오래전에 신용금고에 담보로 설정되어있었습니다. 아차싶어서 주인집에 이야기를 했습니다. 4월이면 계약이 끝나니깐 저희는 방을 빼겠다고하니까 어쩌면 법원에 경매처분이 될지도 모른하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지금에라도 전세권설정과 함께 동사무소에서 전제확정일자를 확인받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면 최소한 소액임대차보호법에 의해서 8백만원(시지역 기준)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계약당시 전세금이 조금 모자라서 남동생(1천 2백만원)과 같이 집주인과 계약을 했었습니다. 전세로 얻은 데가 2층이라서 작은방을 남동생이 잠만 자는 방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남동생도 전세권 설정을 하면 일정액을 보상받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1층에는 또 주인내외분외에 역시 숙박만 해결할려고 전세로 들어온 아가씨가 한명있습니다. 아가씨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하니 당장에라도 전세권설정을 하자고 하였습니다. 아가씨는 본가와 집이 가까운 관계로 지금 사는 집으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이런 사실을 알고는 오늘에야 전입신고를 한다고 합니다. 채권자의 압류가 있지않아서 이렇게라도 해놓으면 최소 8백만원은 보상이 된다고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고스란히 날리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주인집이 넉넉해서 세입자들에게 전세금을 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니까 저로서는 답답하기가 그지 없습니다.
지금에와서 후회를 해본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지만 처음 집을 구할때 좀도 신중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저를 너무 괴롭힙니다. 남동생 볼 면목도 없을 뿐더러 멀리 청주에서 저하나보고 시집을온 제 아내와 이제 갓 돌이 지난 아들녀석 얼굴을 못 보겠습니다. 작은 어촌에서 이른 새볔부터 고생 고생하시면서 어렵게 생활하시는 부모님께 뭐라고 사죄를 드려야할 지 암담합니다. 그도안 부어온 적금을 타면 작은 아파트에라도 옮길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푼 집사람에게 제일 미안합니다. 작은 월급쟁이에게 전세금은 전재산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게 용기를 주십시요.

봄.여름.가을.겨울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