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
안경근
2001.02.24
조회 21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주 기막힌 꿈이 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남들은 평생에 한번 꿀까 말까하는 돼지꿈을 저는 하룻밤에 두 번이나 따불로 꾸고 좋아 하다가만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저의 젊음과 꿈을 3년동안 고이 간직하였던 경기도 양평지역 모탄약부대 부근입니다. 지금도 눈을 감고 명상하면 수많은 탄약창고의 위치와 옹기종기 모여있는 촌락의 모습들이 30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도 손에 잡힐듯합니다
하루는 부대원들하고 탄약고 순찰을 하는데 돼지사육장에서 큰 돼지 한 마리가 필사적으로 우리를 뒤쳐 나가려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부대원들은 돼지를 때리고 야단치며 가두어 두려고 하였으나 저는 돼지를 풀어주어 자유롭게 하였습니다.
우리를 탈출한 돼지는 흙먼지를 날리며 바람같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깨니 꿈이었습니다.
다시 잠이 들었는데 한 능선을 넘어가니 햇볕 따스한 산비탈에 어미돼지 한 마리가 한가로이 누어서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습니다. 얼마를 지났을까? 조금전 우리를 탈출한 돼지가 온 몸에 상처를 입고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측은한 생각에 문을 열어주며 돼지에게 네가 편히 살 곳은 이곳밖에 없으니 주는 짠밥이나 잘먹고 종돈으로 일생을 보내는 것이 너에겐 행복이여 하고 보니 꿈 이였습니다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좋은 꿈은 아무에게나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혼자서 싱글벙글 거리며 왠지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아침 일찍이 집을 나섰습니다
나는 이 좋은 꿈을 복권으로 승부를 걸어야지 하는 생각에 복권매표소를 찾아보았습니다. 이날은 고성과 충무지역으로 갔는데 오전내 고성과 충무에서 복권판매소를 찾아보았으나 이러다간 복권 한장 사보지 못하고 복 돼지꿈이 오뉴월 개꿈 되는 것 아닌가하는 조급한 생각에 통영농협 봉평동 지소로 갔습니다.
나는 창구아가씨에게 ''아가씨 주택복권 팝니까?'' 하고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아가씨 왈 ''복권은 없고예 즉석복권 있는데예.''
''상금은 얼마입니까?''
''1등은 3천만 원입니더''
''두장 주이소''
나는 아가씨가 보는 앞에서 박박 끌어 보았습니다 "꽝! 꽝!"
그러면 그렇지 3억짜리 돼지꿈이 3천만원짜리 와 바꿀 수는 없는 것이지....
나는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조금도 개의치 않고 은행 문을 나섰습니다.
이날 따라 귀가시간이 늦어서 마산에서도 웬만한 복권판매소는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이 시간에 복권을 팔만 한곳은 시외주차장 매점밖에 없다는 생각에 급하게 만날 고개를 넘어오고 있었습니다. 어두워서 사람은 보이지 않고 100미터 전방에서 교통경찰지휘봉 빨간 불빛이 깜박이며 정지신호를 하고있었습니다. "이크, 걸렸구나..." 하는데 "충성! 아저씨 신호 위반하셨습니다."
''아니 여보시오 황색등이 점멸 되는 것을 보고 통과했는데 신호위반입니까?"
"황색신호는 정지신호지 통과신호가 아닙니다. 면허증주세요."
"아제~ 보소. 한 번만 봐 주소"
"날씨도 춥고 날은 어두워서 급히 가다보니 신호를 조끔 위반한 모양인데 다음부터는 조심하겠습니다. 아저씨 같은 분이 계시니까 우리가 추운데 이렇게 지키고 있지 않습니까? 면허증 제시하지 않으시면 신호위반에 공무집행방해로 벌점30점에 30일운행정지됩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면허증 여기 있으니 가벼운 것으로 한장 끊어주이소."하며 저는 경찰아저씨에게 사정을 하였습니다.
"아저씨 벌점 있습니까?"
"벌점은 아구까지 꽉 찾으니 한 점만 추가되어도 나는 차세워야하니 아제 요랑 알아서 하이소~~"
순경아저씨는 스티카를 건내주며 벌점도없고 벌금도 가장 적은 안전벨트 미착으로 2만원짜리로 하였으니 2주내로 은행에 가셔서 자진 납부하시고 다음부터는 신호위반 하지 마시고 안전 운전하시라며 인사를 깍듯이 하고 돌아서서 가고있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3억짜리 수표를 찾으려 가는데 2만원짜리 과태료가 무슨 대수라고 터미날 매표소로 달려갔습니다. 아주머니는 막차손님을 보내고 피곤한 모습으로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아지매! 복권 넉장 주이소?"
"몇 조로 드리까예?"
"아지매 손에 짚히는데로 주이소"
집으로 돌아온 나는 복권 네 장을 아내의 손에 쥐어주며 아파트구입과 상가계약금이니 잘 보관하시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내말을 들은 아내는 ''당신이 지금 나이가 몇인데 복권을 사옵니까?'' 하는 것이 아닌가요?
나는 늙은 말이 당근 주면 싫어하는 것 봤소하며 아내의 반응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이날 저녁부터 3억원으로 이 집은 헐어버리고 3층으로 지어 1층은 점포로 하고 2층은 사무실로 세를 놓고 3층은 주택으로 사용할까? 아니면 이번 기회에 이 집을 팔고 아파트와 상가를 사서 편안하게 장사를 할까 하는 생각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집을 지었다 상가를 샀다 하는
계획으로 몇 날을 보내다 드디어 복권 당첨 발표 날이 되었습니다.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얘, 막내야. 신문 가져오너라.'' 하고 큰소리로 불렀습니다.
막내는 ''아빠가 가져다 보세요. 저 지금 학교 가기가 바빠요?''
막내의 대꾸에 나는 큰소리로
''어허 어른이 부르시면 밥을 먹다가도 그걸 놓고 대답부터 하는 것이 어른에 대한 예의거늘 냉큼 가져오지 못할까!''
신문을 받아든 나는 평소 같으면 정치면, 경제면, 사회면, 순으로 신문을 보았으나 오늘은 복권당첨발표란 부터 찾아보았습니다
일단 본전부터 챙겨야지 끝자리부터 살펴보았으나
"꽝! 꽝! 꽝! 꽝!" ''두자리 숫자는 되었겠지''
"꽝! 꽝! 꽝! 꽝!" ''아니? 내가 왜 이러지 3억원짜리 일등을 꼴등에서 찾으니 있을 턱이 있나!''
저의 시선은 1등자리에서 멈추었습니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이것 역시 "꽝!" 이였습니다.
사나이 일확천금의 돼지꿈이 일장춘몽의 개꿈으로 변하는 순간 한 주간 부지런히 집을 지었다 상가를 샀다 하든 부풀었던 거품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허전한 마음에 밖으로 나갔습니다.
꿈 해몽에 대가이신 이종환선생님 저의 꿈이 개꿈 이였을까요? 아니면 도우미 아가씨들이 그날은 보신탕으로 식사를 하고 시위를 당겼을까요? 평소 같으면 꿈꾸고 돌아누우면 잊어버리는데 그때 그 돼지꿈은 몇 년이 지난 지금에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돼지 꿈꾸고 복권 샀다는 이야기는 일체 비밀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저의 기막힌 사연이 방송을 타게되면 그때는 아내와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저는 이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갈 것입니다.
변춘애씨 부디 몸 건강하시고 좋은 방송 많이 하셔서 이 방송을 듣는 모든 서민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십시오.
참고로 저가 이 돼지꿈으로 지불된 금액이 거금 3만원 이였습니다. 즉석복권 두장에 2천원,주택복권 네장에 4천원, 신호위반범칙금 2만원, 제때에 범칙금을 내지 못한 과태료 4천원 합이 3만원입니다. 저가 이 본전을 어디에서 찾겠습니까?
그러나 행운의 돼지꿈이 다시 저에게 찾아오면 저는 다시 복권판매소로 갈 것입니다.
은지원의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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