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을 가장한 감기가 극성이랍니다.
모든 분들이 이 감기때문에 고생하시지 않아야 할텐데 걱정입니다안녕하세요. 저는 3월18일에 결혼을 하게될 예비신부입니다. 결혼하면 남의 식구가 된다지요.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오빠를 팔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남의 식구가 되는게 문제가 되더라구요.그래서 언젠가는 팔고야 말 비밀이라면 남이 되기전에 팔아야 할것 같아서 급히 글을 올립니다. 절대로 익명으로 해주셔야해요. 멍든얼굴로 신부입장을 하는 불상사가 생기면 안돼잖아요.
저는 5남매의 세째입니다. 언니가 맏이, 오빠, 저 그리고 두명의 남동생이 있습니다. 형제들도 제각각이라고 모두 저마다의 특징이 있고 취향도 다 다르지요. 저와 취향이 비슷한 오빠와 저는 어릴때부터 각별하게 친했어요. 열살 넘어까지 오빠랑 목욕을 할만큼 비밀없이 지냈고 연인처럼 친했답니다.
오빠가 어릴때부터 쳤던 사고를 모두 말하자면 제 입이 부르트도록 얘기해도 모자랍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건 오빠가 열살남짓때 어디서 눈먼 뱀 한마리를 잡았었어요. 그걸 어찌 잡았는지는 기억할 수 없구요 하여간 그 멍청한 뱀은 하필이면 오빠손에 잡혀서 고생을 억수로 하고 운명을 달리했었지요. 개도 아닌것이 개목걸이를 걸고 온동네 산책을 했고, 나무에서 그네를 뛰고, 오빠의 목걸이가 되었다가, 입맞춤하는 연인이 되었다가 정말 불쌍한 뱀이었지요. 온 동네 아이란 아이는 모두 나와서 오빠의 이 엄청난 뱀쇼를 구경했답니다.
나에게 종이인형을 오려주던 오빠가 저 뱀꾼이란 말인가. 어리고 여린 저는 너무 놀라 집으로 달려갔지요. 한복에 갓을 쓰고 계시던 증조할아버지께 쫑쫑쫑 51015;어드렸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저의 얘기를 들으시고는 수염까지 부르르 떠시며 막 일어서고 계셨지요. 하지만 역시 씩씩한 저의 오빠는 뱀 머리를 부여잡고 씩씩하게 집으로 들어서며 하는말 " 할아버지! 뱀이 몸에 좋대요. 끓여 드시고 장수하세요. 하하하!!!" 얼마나 뿌듯하게 말하던지 저도 그말이 맞는 것 갖더라구요. 하지만 증조할아버지는 부르르 달려가시며 지게작대기를 찾으셨어요. ''어디서 저런놈이 나왔을꼬! 집안 망신이다. 땅꾼이 왠말인가. 이 종간나아새끼 거기 서라. 손목아지를!!!!!!'' 무서운 증조할아버지의 뒷모습을 살피는 사이 오빠는 눈 깜짝 할 사이에 없어졌더라구요.
세 살버릇 여든간다지요? 그 말은 누가 했는지 정말 명언중에 명언이에요.
저의 오빠를 보면 그렇거든요. 어릴때의 개구쟁이는 커서도 개구지더라구요. 여러개의 일화가 있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예전에 살던집은 오래된 집이라 화장실이 외부에 있었어요. 화장실 옆에 작은 욕실이 있었는데 비오는 날이면 정말이지 생리적인 현상까지도 원망스럽게 느껴지거든요. 처마밑에서 욕실까지는 어른걸음으로 세발짝 정도의 거리가 되거든요. 몇방울의 비를 맞으며 가야 하는게 자다말고 볼일보러 갈때는 정말 찝찝하답니다. 하여간 사건이 벌어진 날도 이런 반갑지 않은 비가 내렸습니다. 가랑비의 곱빼기쯤으로 그리 많은 비는 아니었는데 양치질에 열과성의를 다하는 오빠는 그날도 어스름 짓은 밤에 양치질을 하러 나섰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오빠는 엉금엉금 제 방으로 기어들어 왔습니다. 이마에는 피를 뚝뚝 흘리며 너무도 괴로운 모습으로 기어들어 와서는 -그때 집에는 다른 식구들이 없었거든요- "여동생아! 나 좀 살려줘." 하며 엉덩이를 봐달라는 겁니다. 이마의 피도 그렇고 뭔가 심상치가 않아 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십대 후반의 오빠 엉덩이를 까보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오빠의 엉덩이는 처참했습니다. 꼬리뼈를 중심으로 피투성이가 되도록 까진거지요. 두분은 이52197;되면 사건을 짐작하실 수 있겠지요? 맞습니다. 비가 맞기 싫었던 오빠는 그놈의 장난기가 발동되었고 만화의 주인공처럼 폴짝 뛰어들어가려 했던겁니다. 제자리 멀리뛰기를 한거지요. 양 발을 번쩍들고 최대한 열심히. 그런데 오빠는 몰랐던겁니다. 우리집이 오래된 집이란걸. 오래된 집의 문이 얼마나 낮은지를 미처 알지 못했던거지요. 힘껏 날아가던 오빠의 이마가 위문틀에 일차적으로 부딪혔고, 그대로 직하강을 하며 이차적으로 아래문턱에 꼬리뼈를 난타당한거지요. 우하하하. 푸들푸들. 허걱허걱이지 않습니까?
이 사건의 전모를 들으며 저는 뒤로 넘어갔답니다. 그리고 눈물, 콧물을 쏟으며 오빠의 엉덩이와 이마에 약을 발라주었답니다.
이 얼마나 엉뚱하고도 황당한 일입니까. 창피했던 오빠는 이 사실을 비밀에 부쳤고 저는 그 비밀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 된거지요. 상처의 위치가 위치인지라 그후로도 며칠동안 저는 오빠의 엉덩이를 어루만져야만 했지요. 그리고 하나의 무기가 되어 오빠가 마음에 안들기라도 하면 조용히 오빠의 귀에 대고 말했지요. ''오빠야, 엉덩이 까봐봐'' 그러면 오빠는 바로 순한 양이 되었답니다.
이건 평생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이렇게 만천하에 공개하며 저는 그 동화를 생각합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저는 그 노인의 절박한 마음을 잘 안답니다. 갈대밭이 아닌 가요속으로 애청자께 비밀을 털어 놓는 건 콩고물의 위력이겠지요. 메아리만 들리는 갈대밭이 아니길 빕니다.
변춘애씨의 건강과 행복도요.
마요네즈의 어쩜 이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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