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빠진 바다에서의 황당한 피서
이재경
2001.02.23
조회 25

지금도 5년전 자월도에서의 2박3일의 휴가를 생각하면 황당 하면서도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다른해엔 북적이는 동해안으로 피서를 갔었는데 앞집 아줌마의 솔깃한 말
"수현 엄마! 난 해마다 남편이랑 자월도로 피서간다. 조용하고 한적한 바닷가에 서 수영도 하고, 썬텐도 하고, 신혼기분으로 산책까지..." 에 큰 기대를 갖고 서해안의 작은 섬 '' 자월도'' 에서의 휴가를 결심하게 되었다.

유난히도 뜨거웠던 8월의 햇살을 머리에 이고 어머니를 모시고 우리가족넷 은 무엇에 홀린 듯 그곳으로 갔었답니다.

그곳에서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은 일렬로 늘어서있는 자가용 경운기와 민박집을 안내하는 동네 분 들이 있었는데 그 중 맘좋게 생기신 아저씨를 따라 거처를 정했지요.

정말 그곳의 첫인상은 조용하고 깨끗하기까지 했기에 이 곳 으로 잘 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한 낮인데 바닷가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민박집 여기저기 모여 있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꼬르륵 꼬르륵 전쟁 중이던 뱃 속이 평정을 찾은 후 우리가족은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제각기 수영복이며 모자, 썬글라스 까지 갈아입고 챙기고 한바탕 난리를 치고 5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로 나섰답니다.

아!...
악!...

변춘애씨! 물 빠진 바다를 보며 기암하며 지르는 외마디 괴성을 들어 보신적 있으신가요?

서해는 동해와 달리 밀물 썰물이 있어서 이런 낭패를 당하게 되었지 뭡니까?

텅 비어있는 바다를 보며 통곡 이라도 하고 싶어 지더라니까요?
날은 갑자기 왜이리 더 찌는지....

찌는 듯한 오후 2시의 햇살을 피할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더군요.
오전9시에 물이 빠져서 오후5시가 되어야 들어온다는 요술같은 얄궂은 바닷물.

갑자기 가족들의 불평이 시작되었어요.
" 잘 알아보고 왔어야지..." 하시는 어머니.
" 당신 하는일이 그렇지. 썬글라스까지 새로 장만했는데..." 하며 툴툴대는 남편.
사실 남편의 썬글라스는 뻔한 속셈으로 준비된 것이 아니겠어요.

평소 짜리몽땅한 마누라와 살다보니 이런 곳에 와서라도 늘씬한 아가씨들을 훔쳐 보려구 한다는 것을 누가 꼭 말을 해줘야 아나요.

옆에 서서 "엄마 더워. 빨리 바닷물에 들어가자. 그런데 물은 다 어디로 간거야?"
하는 아이들까지... 정말 난감하데요.

수습은 안되고 괜히 앞집 아줌마가 무지하게 미워지데요.
그래도 어쩜니까? 피서라고 왔으니 우리가 이곳에 맞춰아지.
기다림에 지친 우리들은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조금은 서늘한 바닷물에 몸을 담글
수 있었답니다.

두어 시간 가량 물 속에 있다보니 춥고 떨려서 있을 수가 없더군요.
정말 기가 차더군요.

수 많은 모기들에게 아낌없이 헌혈하면서 하룻밤을 보낸 후 우린 마냥 물 만을
기다리지 않고 물 빠진 바다 구석 구석을 돌며 조개를 캐서 시원한 조개국을
끓여 먹었지요. 정말 별미더군요.

다시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물 속에 몸을 담그고 ....
그래도 운이 좋아서 큰 고깃배가 들어오는 바람에 선상에서 듬성 듬성 썰은 싱싱한 횟거리도 맛보면서 둘째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파도가 세서 배가 뜰수 없을 거라는 말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예정보다 서너시간이 지난 후에 그곳을 떠나 올 수 있었답니다.

배를타고 나오면서 다시는 섬 으로 피서 따윈 안 올 거라는 입찬 소리를 하면서 속상함을 달랬지요.

5년이 지난 지금 그토록 약오르고 막막하던 그 곳에서의 2박3일이 새삼 그리워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조용필-끝없는 날개짓 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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