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백화점에서의 황당 사건..
제명희
2001.02.23
조회 20
제발 어떤 한사람만은 이 방송을 듣지 않았으면 하는 애타는 심정으로 얼마 전 제가 겪었던 황당한 사건을 얘기하려고 해요..

엄마 생신이 다가와서 선물을 사기 위해 모백화점에 갔습니다..

전날 점찍어둔 손가방이 있었는데 세일 기간인데도 그 제품은 할인 품목에서 제외가 되어 엄청 쎈가격이라 나답지 않게 주춤하며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렸었는데 밤새 아무리 고민하고 방황해봐도 괜찮은것 같고 계속 눈앞에 삼삼거려 결국 결심을 굳혀 다시 간거였죠..

세일기간이라 그런지 매장도 구경하는 손님들로 정신이 없었고 매장 직원들도 이리저리 뛰어 다니느라 정신이 없는 듯했고 덩달아 저까지도 사실 정신이 없었어요..

저야 이미 구입할 물건을 보고 간터라 별 주저없이 찍어둔 손가방을 날카로운 눈으로 꿰뚫듯이 이리저리 몇번 살펴본 후 매장 여직원에게 구매 의사를 밝혔고 문제의 백화점 카드를 매장 여직원에게 주며 결제를 요청했습니다..

잠시후 여직원이 가져온 결제 전표를 보니 조금 착오가 있었는지 손가방의 원래 가격보다 몇천원이 더 결제가 되어 있었어요.. 서울만 눈뜨고 코베어 가는 곳인줄 알았었는데 부산도 눈뜨고 코베어 가더군요.. 아직 퇴색하지 않은 저의 총기에 스스로 만족과 감탄해 했고 매장 직원은 죄송하다며 취소 후 다시 끊어 오겠다며 또 부랴부랴 사라졌죠..

그 직원이 사라지기를 한참 다시 돌아와도 몇번을 돌아왔을 시간인데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거였어요.. 잠시후 사색이 되어 나타난 그녀가 하는 말이 큰일이 생겼다고.. 너무 정신없고 경황이 없었던지라 제 카드와 다른 손님의 카드가 바껴서 다른 손님이 제 카드를 갖고 사라졌다는 엄청난 소식을 들어야 했습니다.. 좀전에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비밀번호를 큰소리로 묻길래 저도 제법 먼 거리에서 역시 큰소리로 불러줬었는데.. 허걱~
만약 누가 정말 나쁜마음이라도 먹고 사고를 친다면.. -_-;;

그 매장에서 곧바로 일단 카드 분실신고는 하였고 좋지 않은 기분이었기 때문에 그 매장 직원에게 싫은 소리 몇마디하고 혹시 모를 불상사가 생겼을 시엔 자신이 책임진다는 다짐까지 받고서야 전 카드 재발급 받기위해 7층에 위치한 신용판매과로 향했고 그때쯤 백화점 폐점시간을 알리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서둘러 친구와 신용판매과로 갔지만 이미 업무가 마감되어 종례를 하기 위해 직원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어요.. 그렇지만 백화점측의 실수로 인해 나는 피해를 본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에 조금의 미안함이나 주저함도 없이 굳어진 표정으로 카드 재발급을 요청했고 난처해하던 그 직원은 다시 전산을 켜고 입력을 하고 발급을 하는 등 제가 느끼기엔 제법 오랜 시간을 부산하게 움직이더군요..

그동안 종례를 하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저의 볼일이 끝날 때까지 영문도 모르면서 계속 제 뒷통수를 쏘아보며 기다리는 듯했고 잠시후 저는 새 카드를 발급받아 그렇지 않아도 작지않은 얼굴을 여전히 부은 채로 신용판매과를 나섰습니다..

그리고 카드를 꽂기 위해 지갑을 펼친 순간..
다리에 힘이 쫘악~ 풀리면서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우째 이런 일이.. 다른 손님 카드와 바꿔치기 됐다던 카드는 멀쩡하게 늘 꽂혀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꽂혀 있는 거였어요..

순간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일순 저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처음 결제 전표를 가져 왔을 때 기억엔 없지만 카드를 지갑에 넣고 싸인을 하려다 금액이 잘못된 걸 알고 다시 전표를 끊기로 했는데 정신없던 그 매장 직원도 카드를 안가지고 가고는 자신이 잃어버린줄로 알았던 모양이예요..

혹시라도 이 사실이 발각될시엔 이 백화점에서 제 발로 걸어 나가긴 힘들꺼 같아 친구와 저는 빠른 걸음으로 누가 볼새라 허리가 꺽어지도록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백화점을 나섰습니다..
아직까지도 그 여직원은 자신의 실수로 인해 가슴 졸여하고 있을텐데..

그녀가 이 방송을 들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자리를 빌어 정말 사과하고 싶어요..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
그냥 X 밟은 셈 치고 넘어가줬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저도 집으로 돌아가서 멀쩡한 카드를 가위로 싹뚝싹뚝 자르면서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는데요.. 휘유~ -_-;;


** 신청곡은 뱅크의 FOR THE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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