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엔 은행이 최고?
정숙현
2001.02.22
조회 19

''아이구, 아이구, 웬 놈의 감기가 이렇게 독하냐?"
겨울철에도 감기 한 번 안 앓고 지낸 남편이 겨울의 끝짜락이 남긴 감기에 걸려 맥을 못춘다.
눈이 쏟아져도 눈 속을 뚫고 산에 오르던 기상이 다 어디로 갔는지 침대 속에 누워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기에 병원에 가 보라고 했더니 마지못해 다녀와서는 "그 의사 제대로 하는 건지 그저 약 먹으면 낳는다고 하더군.." 한다.
약을 챙기는 것도 아내가 해야 할 몫이다.
갑자기 아이가 셋 된 기분이다.
내가 고뿔에 걸려 힘없이 누워있을 땐 "당신, 몸 관리 잘해. 나중에 아파 누워있으면 누구 고생시키는지 알지? " 하고 구박을 하더니 자기 몸 아프니 끔찍이도 위한다.
딸아이가 은행을 찾았다.
"엄마, 할머니가 그러시는데 감기에 은행이 최고래. 우리 집에 은행 있지?"
어머니께서 주신 은행이 봉지에 담겨 있어 깨트리는데 그도 쉽지 않다.
거실 바닥이 은행 껍질로 엉망이 되었을즈음 한 줌의 은행 알이 손에 잡혔고 후라이팬에 살살 볶아 파란 구슬로 변했을때..
딸아인 요지에 은행을 세개 씩 꿰어 모양을 내 제 아빠에게 주었다.
"아빠 감기엔 은행이 최고래요. 어서 드세요. 이거 내가 다 간 거야. 내 손에 물집 생긴 것 보세요. 내가 효녀네. 내가..."

신청곡: 김종서의 TOMMY"S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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