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좀 하겠습니다.
벌써 17년전인 중학교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우리반에 이름이 삼룡이란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외모도 좀 부시시하게 생겼지만...심성은 아주 착한 아이였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지가 힘이 있나요???
아님..공부를 잘하나요??
마음이라도 고와야지...
그렇지만 친구들은 다들 삼룡이를 좋아했습니다.
왜냐구요??
그 친구는 집안이 매우 가난한 관계로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할머니랑 동생이랑 같이 살고 있는 요즘말로 소년가장이었어요..
그렇다고 좋아한건 아닙니다.
이 친구...원래 마음이 비단결이라서,,,지가 안먹으면 안먹었지..
우리학교 바로 옆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은 잘 챙겨먹입니다..
예를 들어 그 친구는 점심 도시락 싸올 형편이 안되어서 친구들이 돌아가며 급식빵을 우유랑 줍니다.
그럼 우리의 삼룡이 그 빵 가지고 점심시간이면 우유는 동생주고 빵은 이등분해서 동생이랑 같이 먹습니다.
우리의 삼룡이는 물 마시고요..
이런 친구이다보니 너무 착해서 급식빵이랑 도시락...친구들이 자청해서 줍니다.
그러던 소풍때였습니다.
왜 봄소풍하면 다들 마음이 설레잖습니까...
그렇지만 우리의 삼룡이 결코 얼굴이 밝지 않습니다..
집안 형편이다보니..
그래서 친구들이 "야야~~일단 와라..."라고 이야기 한 후
친구들끼리 모여서 누구는 과자...누구는 김밥..누구는 음료수 이렇게 다들 삼룡이 도시락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우린 집에가서 동생이 먹을것까지 준비하도록 했죠..
소풍당일...
우리는 소풍집결지에 모여서 다들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쪼오기 멀리에서 우리의 삼룡이가 보이더군요..
뭐 중학교 소풍이라고 해야..가까운 산등산 정도이니...별로 어려움은 없었고,,
마침내 점심시간이 왔던것입니다..
우린 누가라고 말할것도 없이...
서로 삼룡이를 위한 점심을 꺼내놨죠...
근데...담임 선생님도 삼룡이의 집안을 아는지라...
도시락이며..뭐...좋은건 다 싸왔더라구요...
참고로...그 날 메뉴로 보면...
나 :김밥, 사이다..과자..계란...귤 등등이고...
삼룡이 : 김밥, 유부초밥, 통닭, 사이다, 콜라, 이상한 쥬스, 오색과일, 양과자 등등
이건 누가봐도 불우한 이웃은 저를 비롯한 도시락 준비한 친구들이더라구요,,
뭐...그래도 오늘은 삼룡이를 위한 날이다 생각하고 다들 즐겁게 놀았죠..
약간의 부러움도 동반했지만..
그런데 이종환, 최유라님...이거 아셔요??
먹을복 없는녀석은 어딜가도 못먹는다구요...
한참을 점심을 먹고 있는데...
어디선가....."악~~"하는 외마디 비명이 들리데요..
소리의 원천지를 보니 우리의 삼룡이 입을 감싸안으며 "~으"하며 엎드려 있더라구요...
그 옆에 선생님은 매우 당황스럽다는듯이 보고 있었구요..
사이다 병은 쓰러져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이게 무슨일인가 하고 쳐다보고 있었구요...
우린 "삼룡이 이넘이 선생님한테 뭐 잘못을 해서 맞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난후에 우린 볼수 있었습니다...
입이 2센티나 튀어나온 삼룡이를...
그렇습니다...
목격자인 선생님의 증언에 의하면,,
김밥 몇개 집어먹고 사이다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말벌이 주위를 윙윙 거리더니만..예고도없이 삼룡이 입주위를 쐈다더군요..
더 우스운것은 말벌이 사이다 주변을 윙윙 맴도는 그 찰나에...우리의 삼룡이 사이다 안뺏길려구...
사이다 입에물고 필사적으로 저항했다더군요...
근데 말벌이라는 넘이 좀 독한넘이 아니더라구요..
우리의 삼룡이 말도 재데로 못하고...물론 음식도 못먹고...입은 퉁퉁부어서....꼭...오리주둥이 같이 보였으니까요...암튼..소풍이 끝나는 시간꺼정,,,아무말도 못하더군요...마지막...내려가기 전에...
우리의 삼룡이 딱 한마디 하더군요...
거의 울먹이는 소리로~~~
"어어~~~이거~어~집에 가져가도 돼???"
그렇습니다...
지가 못먹은거...집에가서 동생하고 같이 먹겠다고..싸달라고 하더군요..
우리요..당연이 가방하나 비워서~~~싸줬죠...
동생을 위하는 끔찍한 마음이 있는 삼룡이....그날 이후로 우리에겐 벙어리 삼룡이로 통했지만...
지금은 3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삼룡아~~~~~
지금은 잘살고 있겠지??
넌 마음이 착해서 잘살거야~~~혹시...이 글 보게되면...연락해라~
들국화의 1960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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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삼룡이
조재오
200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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