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생긴일
서정협
2001.02.22
조회 12
현재 저는 외국계계열의 한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서정협 이라고 합니다.
저희 회사는 직원들이 거의다 전산과 출신이거나 , 아니면 일어일문학과
출신들이어서 프로그램을 잘하거나 아니면 일본어를 잘하는 편이죠.
하지만 전 두쪽 어느경우에도 포함되지 않아 ,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어떤때는 하도 짜증이나서 일을 그만두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2주전에도 한번 정말로 짜증이 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전 회사를 거의 그만두고 싶은 마음으로 퇴근을 했습니다.
거의 매일 12시가 다되어야 집에 도착하기 때문에 피로도 많이 누적되어 있고
몸 상태도 많이 나빠졌거든요.
집으로 오는 지하철에서 조용히 눈을감고 기도를 했습니다.
이 일을 그만두고 다른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구요.
한 40분을 그렇게 눈감고 기도를 한것 같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제 손위로 뭔가가 얹혀지는 기분이 나서 눈을 떠보니
나보다 약간 나이가 적어보이는 아이가 (참고로 제 나이는 올해 28입니다.)
엎드린채로 지하철을 기어다니며 종이쪽지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흔히 지하철에서 볼수 있는 그런 광경이지요.
그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 안녕하세요 전 대구에서 올라온 000 이라고 합니다.
어릴적 부터 고아로 자라나 대구 대명동 00 고아원을 전전하다
몇해전에 사고를 당해 이렇게 걷지도 못하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이하 생략 -----
단 100원이라도 도움을 주신다면 제게 큰 힘이 될것이며
저를 친 자식 , 동생처럼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여태 기도를 하며 왜 제게 이런 시험을 주시느냐고 하나님께 말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 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내 주위에도 많이 있구나.
난 지금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지갑에서 천원짜리 한장을 빼어들곤 그애가 저에게로 다가 오기를 기다렸죠
전 그런걸 보면 못참는 성격이거든요 ^^
하지만 제가 내릴역이 거의 다 되었는데도 그애는 아직 제쪽으로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내릴역이 되자 전 일어섰고 , 직접 그애에게 다가가 종이와 천원짜리 한장을
주고 내렸습니다.
돈은 주머니에서 없어졌지만 가슴 한구석에 따뜻한 마음은 가득 채워지더군요.
그리고 저도 원래 집이 대구이기에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구요

그리고 몇일이 지난 오늘이었습니다.
오늘도 너무 화가 나는 일이 많았습니다.
빡빡한 스케줄에 일은 되지 않고 이래저래 눈치만 보였습니다.
잘 피우지 않던 담배까지 요즘은 많이 피우게 되더군요.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 10시쯤에 퇴근을 했습니다.
기도를 잘 하지 않는 나는 오늘도 힘에 겨워 하나님께 말하고 싶어
기도를 했습니다.
한 30분을 또 그렇게 기도를 하며 간것 같습니다.
손위로 뭔가가 또 얹어지는 기분을 느끼며 눈을 떴을때
전에본 그 아이가 서 있었습니다. 전처럼 엎드린채 누워있지 않고
당당하게 서 있는채로요.
하지만 다리는 약간 절더군요. 전 약간 황당했습니다.
그사이 기적이 일어났나....하구요 그리고
전 제 손위에 있는 쪽지를 향해 눈길을 돌렸습니다.
속으로 전의 내용과 똑같겠지...란 생각을 가진채로요.
근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몇줄을 읽어 내려가는 내 얼굴에 그만 피~익 하고 웃음이 번졌습니다.
그 내용은 이랬습니다.

" 안녕하세요 전 포항에서 올라온 000 입니다.
어릴적 부터 포항 000동의 한 고아원에서 자라나 여러곳을 전전하다
이렇게 사고를 당해 서울까지 오게되었습니다.
--- 이하 생략--
단 100원이라도 도움을 주신다면 제게 큰힘이 될것이며
저를 친 자식, 동생처럼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면 주님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전 황당했습니다. 저번의 그 뿌듯함이 애써 짜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지요.
제 옆의 한 여자가 제 손위의 그 내용을 보더니 계속 웃는 것이었습니다.
전 그 여자에게 " 왜 웃어요?" 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여자가 저에게 웃으며 말하더군요
"제가 포항에서 올라왔는데 포항의 00 동에는 고아원이 없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제가 이번에는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저사람 저번때에는 대구에서 올라왔다고 그러더니만 이제는 포항이군요
몇일전에도 쪽지를 받았는데 내용이 전과는 많이 다르네요."
하고 그녀에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여자가
" 온 경상도 땅을 다 팔고 다니네요" 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전 그 내용보다 더 안타까운건 그 쪽지의 마지막에 적혀 있는 글 때문이었습니다.
"만일 도와 주신다면 주님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라는 글귀가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저렇게 거짓말하는 글에 왜 주님의 이름이 들어가 있을까?
주님은 저렇게 아무나 필요할때 부를수 있고 악한쪽의 이름으로
사용되어져도 괜찮은가 하는 것이였습니다.
전 교회에 다닙니다. 그렇게 퍽 열심히 다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믿음이 있고
또 이 사회를 살며 옳지 않은일은 하고 싶지 않을 정도의 행동을 하려 합니다.
사회에서는 우리 기독교인의 일부 잘못된 부분만을 보고 공격하듯 나쁜말을 서슴치 않으며 또 비판하기도 합니다.
물론 기독교인들 중에도 많은 나쁜 사람들과 또 이단과 원칙에 어긋난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이라고 외치며 남의 종교는 완전히 이해하지도 않은채 비방만 하는 그런씩의 행동은 저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서로 조금씩 이해하고 다른 종교도 감싸줄줄 아는 그런 마음이 더 필요한것 같습니다.

오늘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물론 꺼낼 이유도 없어 졌지만요. 지하철을 내리며 생각한건 주님의 이름이 저런곳에 쓰여지다니... , 또 필요할때 아무나 쓰는 이름이 아닌 , 정말 그 이름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쓰여졌으면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정말 어려워서 저렇게 지하철로 나온 사람도 많은데 , 저사람 때문에 그들조차도
나쁘게 보일까봐 걱정이 됩니다.

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것 같습니다.
그만큼 지난 겨울보다는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더 춥고 견디기 힘들었겠지요.
이제 날씨가 많이 풀려져가고 따뜻해져 갑니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움추렸던 마음을 활짝피고 다닐수
있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몸뿐만이 아니라....우리들의 마음조차도요.....
신승훈의 어느 멋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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