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애에게 봄은 벌써오네요
이영애
2001.02.21
조회 18
안녕하세요? 벌써 몇일째였어요. 이상하게 딸애의퇴근이 많이 늦어지더라구요.그러다보니 저녁을함께먹어본지 꽤되었습니다. 어제도 늦게 퇴근해와선 저녁먹고왔다는딸애에게 은근히 화가나 "아니 너는 아침도 안먹고 출근하면서 저녁은집에서 먹으면안돼?"하며 볼맨소리를좀했죠.."일이많아 늦게 끝나는걸 어떻게해"하며 오히려 화를내더라구요."그래도 밥은 집에서 먹어도돼잖아? 식구라고 달랑세식군데..이건 한번도 한밥상에서 밥한끼먹기도어려우니."하며 저역시 화를냈습니다.그랬더니" 휴유"하며 난데없는한숨을쉬던딸애가"남의속도 모르고.."하며 중얼거리는겁니다.그소리에 전 쿵하고 가슴이내려앉아"왜? 왜그래? 회사에 무슨일있어? 으응 회사에 무슨일생겼냐구?"하며 딸애에게 물었습니다.안그래도 요즘 벤처기업들이어렵다는데 혹시 딸애에게도 구조조정의여파가 몰아친건아닐까하는 불안감때문이지요..다구치는제물음에 일언반구없이 뜬금없게 딸애는 " 다 엄마때문이야."하는겁니다. "아니 엄마때문이라니?""그렇잖아?엄마가 날 물만 먹어도 살찌는체질로 낳아주었으니 내가 이고생이지..""아니 그게무슨소리야?""집에 일찍오면 배고파 밥찾아먹게될까봐 일부러 회사에서 일하다늦게오는거야.덕분에 회사에선 내가 엄청 충성스런사원으로 인정받지만.. 사실 요즘 내가 얼마나 고생인줄알아?엄마는? 허긴 아무리해도 살찔일없는엄마가 이런 내속 알까모르지" 하며 푹푹한숨을쉬는데 정말 황당했습니다."아니 네가어때서? 누가 너보고 살쪘다고 흉보대?그래서 너요새 다이어트할려고 일부러 집에늦게오는거라고?"했더니" 엄마보기에만그렇지..요새 살얼마나쪘다구.""세상에 ..너보고살쪘다면 그사람 눈이어떻게됐나보지.." " 누가 뭐래서가아니고..벌써 봄이 오고있는데 빨리 몸매관리해야 봄옷좀입지.겨울동안 엄마때문에 얼마나살쪘다구."하며 걱정하는딸애를보니 기막혀 웃음이나오더군요.아침도 못먹고 출근시간에쫒겨 늘 헐떡거리며 달려나가는딸애가 안쓰러워 제가 직장을쉬고있는동안만이라도 저녁을 챙겨먹이고 싶어 좀신경을썼더니 연신 맜있다고 먹어놓고 이제와서 살찌게했다고 퉁퉁거리는딸애가 어찌나 귀엽던지..사실 삐적마른아들애와저는 아무리먹어도 이상하게도 살이찌질않아 고민인데 딸애만 유독 조금만 먹어도 금방살이오르는게보이는체질이거든요.그래서 여상졸업반때 딸애취업이안됄까봐 저는 딸애다이어트시키는일로 엄청나게고생을했죠. 노력에비해 조금밖에 줄어들지않는몸무게 때문에 딸애는 많이속상해했습니다. 안쓰러워 그만두라하면 오히려 딸애는 하나의시작을위해 도전하는거라며 포기하지않았죠. 그런딸애의다이어트를도와주려 이신경 저신경 쓰다보니 오히려 제체중만 줄어들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딸애는 삐적마른엄마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기가 더통통해보인다며 툴툴댔죠.줄넘기.수영. 운동장달리기..다이어트식품복용에다 포도다이어트.요구르트다이어트.이름도 갖가지인 수많은다이어트까지..시간과 돈..그리고 그야말로 피나는노력을했지만 노력에비해 효과는영신통치않았습니다.조금빠진것같다가도 도로 찌고마는 요요현상때문에 결국 딸애는 통통하다싶은채로 다이어트를그만두었죠. 그래도 다행이 외모보다 성실함을높이사준 직장에 마침내 합격을했습니다..취직시험에서가장중시하는게 성적보다 키와몸매등 외모라고해서 마음조리고 애태웠던우려에도불구하고말이죠.159정도의키에55kg이나갔으니 많이 나간셈이죠.물론 엄마인제겐 그래도 예쁘기만한딸이었지만..어쨋튼 성적보다도 엉뚱한 다이어트에 속을태웠던딸애는 취직을하고나더니 무모한다이어트하느라 진을빼는일은없어졌구요.그런데 참 희안하게도 직장생활이 힘든탓인지 출근한지얼마되지않아 딸애를 그렇게 마음고생시켰던 공포의살들이 저스스로 살금살금 빠지기시작하더니 나중엔정말 엄마인저도 믿기어려울만큼 날씬해져버린겁니다. 그야말로 돈한푼안들이고 자동다이어트가돼더라구요.사실 물만먹어도 살찌는체질이라했지만 군것질을 별로좋아하지않는아들애와저에비해 딸애는은군히 군것질을좋아했거든요.직장을다니다보니 자연 군것질할시간이없고 그러면서 살이빠지게된거죠.딸애의직장생활4년차..지금도 딸애는 마른편은아니지만 예전처럼 통통하지않고 적당히보기좋은몸매가되었지요..다이어트가 필요하지않을만큼...그러고보면 공연히 안달이나 다이어트한답시고 딸애와제가 시간과돈을 쓸데없이낭비했단생각이들어 무척 아까왔습니다." 엄마 다이렇게 빠지는데 괜히 엄마고생시키고 나고생했나봐.난이제 다이어트같은것 절대 안할꺼야"하며 살빼느라 고생한게 억울했던지 다짐하던 딸애였는데 이제와서 갑자기엉뚱하게 다이어트라니..더구나 예쁘장하게 자라 주위의부러움을 많이 받는아인데... 변춘애씨.그러고보니 아마 전 잊고있었나봅니다. 딸애가 이젠 스물네살의 성숙한 아가씨로자랐다는걸요.그리고 이제 딸애는 아름다운봄을 꿈꾸고 다이어트를 통해 또다른 시작을하고싶어한다는걸요
언타이틀-하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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