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변춘애씨
조금은 챙피스럽지만 그래도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희는 96년 10월3일 개천절에 결혼했지요
아는분 소개로 남편을 처음 만난날 참으로 순진스럽게도 생긴 그는 만난지 30분만에 저에게 말했어요 우리 결혼할래요? 그런데 저또한 무진장 순진한 아가씨였거든요
생각좀 해본다든가 몇번더 만나보고 결정해야 되는거 아니냐는등 그런말 할줄도 모르고 그저 그가 첫인상도 좋고 무엇보다도 저보고 예쁘다고 하는말에 대뜸 " 네 " 하고 대답했지요. 전 26년동안 살아오면서 예쁘다는 소리 한번도 못들었었거든요.
연애기간동안 제가 물어봤어요
"자기야 내가 그렇게 첫눈에 반할정도였어?
"한번 물어봐서 싫다고 하면 시간낭비 돈낭비 할필요 없이 끝낼려고 했던거야"
환상이 깨지는 것 같았지만 만나면서 좋아지고 사랑하고 그렇게 해서 우리는 결혼했답니다.
결혼하고 두달후 한참 신혼재미에 빠져 있을 때 교사인 남편의 겨울방학을 맞아 시댁에 내려가서 1주일정도 있다가 오게 되었지요.
새벽에 일어났는데 생리적현상 화장실이 급했어요 그런데 저의 시댁의 화장실은 방에서부터 30미터는 족히 될만큼 먼거리예요. 하여튼 속도를 내서 달려가 화장실앞에 이르렀을 때 화장실안에서 들려온 시아버님의 "흐흠" 하는 헛기침소리
갓시집온 새댁이 아버님 나오실때까지 기다릴수도 없는 일이고 다시 방으로 성급히 돌아왔어요.
"자기야 나 화장실이 무지무지 급한데 아버님이 계시는데 어떻게하지?
그때 눈비비고 일어난 남편은 "잠깐만 기다려" 하더니 나가더군요. 조금뒤에 나타난 그의 손에 들려진 것은 커다란 주전자였답니다. "이거 안쓰는거야 창고에서 가져왔어.우선 여기에다 일봐" 저는 속으로 ''아직 쓸만한 것같은데'' 라고 생각은 했지만 시댁의 살림살이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하니까 그런가보다 했지요. 그러나 아무리 남편앞이라지만 어떻게 주전자에 "쉬"를 하겠습니까.
그러나 아버님은 나오실기미가 없고 에라 모르겠다. "그럼 고개돌려"
남편은 고개를 돌리고 "쉬- 쉬- " 음향효과 까지 내주더니만 방음을 위해서 카세트의 경쾌한 음악까지 틀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은밀한 공범은 이루어졌고 한번 저지르고 나니까 그다음은 뭐 문제가 되지 않더군요 .겨울밤에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하늘의 총총한 별들을 보면서 어두운 화장실 가는게 싫어진 우리는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남편과 저는 번갈아 가면서 일을 보았습니다.
혹시나 들킬지 몰라서 아무도 몰래 내용물을 화장실에 갖다 버리고는 뚜껑 잘덮어 책상밑에 꼭꼭 숨겨 놓았지요. 일주일이 지나 상경하게 되던날은 남편이 새벽에 일어나 잘닦아서 먼저 있던곳에 갖다 두었어요.
그일은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온후 잊고 살게 되었는데 얼마후 설날이 되어 다시 시골에 내려 가게 되었답니다. 부모님께서는 시골물이 수질이 좋으시다며 끓이지 않고 그냥드시거든요. 그런데 저녁을 먹고난 후 어머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아가야 너희들 온다고 보리차 끓여 놓았으니 물가져 오너라" " 네 "하고 부엌으로 간 저는 "악"하고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어머님이 물끓여 놓으셨다는 그 주전자는요 바로 남편과 제가 일주일동안 사용했던 간이 화장실이었거든요. 제가 방으로 들고간 주전자를 본 남편의 표정도 볼만했지요
그러나 저희를 생각하고 끓여주신 어머님의 보리차를 우리는 마치 독약이라도 마시는듯이 눈물을 머금고 마셨습니다.
그이후에도 평소에는 아끼느라고 사용하지 않으시는 그주전자를 우리가 내려 갈때마다 물끓여 주시는 어머님의 마음에 상처를 드리고 싶지 않아서 그일은 우리둘만의 비밀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요즘도 어머님은 우리가 내려가면 손주들 분유타먹이라고 그 주전자에 물을 끓여 주신답니다. 요즘은 화장실 어떻게 가느냐고요? 아이 핑계대고 요강하나 준비했습니다.
김정은 "그래도 난"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