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이 옷을 잘 입어야 가정이 산다.
김지영
2001.02.20
조회 17
저는 6개월 된 아가를 키우고 있는 주붑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다름아닌 우리 신랑의 옷차림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신랑을 모 방송국 피딥니다. 변춘애씨도 아시지요? 그들만의 옷차림을요. 우리 신랑은 걸쳐서 편해야 하는 것이 옷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패션이라고는 아마 평생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신혼 초에는 옷도 몇번 챙겨주다가 촬영이 들어가면 편해야 한다는 남편의 고집에 또 저도 바로 임신을 했던터라 입고 싶은데로 입으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자주 깨서우는 아이때문에 밤새 시달리는 저를 위해 아침에 자신이 알아서 챙겨서 나가는 신랑이 고마워 저도 옷차림에 대해 잔소리를 하지 않았지요. 그러던 중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지난 토요일 집안끼리도 서로 친한 제 친구 결혼식에 굳이 제 신랑은 아가때문이라도 자신이 차을 갖고 와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참고로 우리 신랑의 외모를 말씀드리자면 키는 중키지만 전체적으로 많이 말랐고 얼굴도 작고 말랐습니다.그래서 한 번 제대로 옷을 입으려면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스타일이지요. 먹어도 살이 안찌는 체질에다가 직업상 규칙적인 식사가 어려울때가 많고 또 제일 중요한 건 자신이 자신을 안 챙기는 타입이기때문에 편집이라도 하는 날엔 하루 종일 굼는 날도 있다고 합니다.
그 날 결혼식에 짠 하고 식장에 나타난 신랑의 옷차림은 참 추워 보였습니다. 얇은 봄 남방에 무릎이 툭 튀어나온 며칠입었던 헐렁한 바지에다가 제가 며칠전부터 친구 결혼식에 올때는 반코트 입고 오라고 하던 말이 기억이 났었는지 반코트는 입었더라구요. 생각해 보세요. 스웨터를 입고 반코트를 입거나 아니면 좀 살집이 있는 사람이 남방에 반코트가 어울리는 데... 그 날 우리신랑은 너무 추워보이다 못해 안되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저도 너무 민망해서 기분이 언잖던 차에 친정에 전화를 하던 그 순간 친정 어머니는 수영장 같이 다니는 친정 어머니 친구분들이 모두 "형님 사위가 너무 말랐다고 보약을 챙겨주라고 " 하셨다며 니가 더 나쁘다고 하셨습니다. 세상에서 자기만 빼 입고 신랑 옷 차림은 신경 안 쓰는 여편네가 제일 무식한 건데 당신 딸이 그렇게 했다며 굉장히 노하셨지요. 평소 안 쓰시는 여편네란 말씀까지 하시면서요. 사실 친정 어머니는 저보다 더 보약이네 약물이네 하며 우리 신랑을 챙겼왔던 터 였습니다. 저도 평소 자기만 예쁘게 치장하고 남편 옷차림은 신경도 안쓰는 주부들이 참 혐오스럽게 보이기까지 했었는데 막상 내가 그랬고 남의 눈에도 그렇게 비쳤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 안 좋았습니다. 그 날 전 인조 털코트로 중무장을 하고 오랬만의 외출이라 한껏 멋도 부리고 나섰거든요. 그래서 신랑에게 이제 내 말대로 옷 안입으면 나랑 다 산거고 오빠때문에 난 멋도 못 부리겠다고 했더니 신랑도 좀 민망한지 왜 사람들은 남의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다며 얼버무려 버리더라구요. 그리고 나서 전 평소 신랑이 옷을 갈아입는 방에다가 "가장이 옷을 잘 입어야 가정이 산다" 라고 붙여 놨습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남의 좋은 행사에는 단정하고 깨끗하게 꼭 잘 입혀 보내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왜 그런 말 있잖아요. 결혼식에는 옷이 부조라는고.

박정현-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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