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집에서 만난 조폭***
백동현
2001.02.20
조회 14
제가 전에 갈비집에서 일을 할 때의 일입니다.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답니다.
제가 갈비집에서 일을 배워갈, 한참 풋내기였을 때입니다.
어느날 !!! 갈비집에 예상치 못한 불청객들이 찾아왔습니다. 다들 검은색 양복으로 쫙 빼입고,그 양복사이로 금방이라고 터져 나와버릴 것 같은 어마어마한 살들,그리고 결정적인 깍두기 머리...누가 봐도 분명 조폭인 덩치 4명이 온 것입니다!!!저희는 오돌오돌 떨며 주문을 받으러 가기가 무서워서 서로 가라고 옆구리만 쿡쿡 쭈시고 있었죠.아니 그런데 찬물에 위아래가 있다고 주문 받으러 가는 것에도 위아래가 있어야 합니까? 그 중에서 제가 제일 늦게 들어왔다고 다들 제가 주문을 받으라고 눈치를 팍팍 주더라구요.괜히 다 담아진 된장 그릇과 상추를 만지작거리면서 말입니다.
짬밥 적은 저는 어쩔 수 없이 그 무시무시한 조폭들의 주문을 받으러 가야했죠.
거의 기어들어가는 개미목소리로,
"저...주문......"
이라고 말했더니 그 조폭 중 한 명이 갑자기 큰 소리로 저에게
" 사장 오라고해!!!"
하는거에요.저는 제가 뭔가를 실수한 것 같아 잔뜩 쫄아서 급히 사장님을 불러왔죠.저는 속으로 차라리 잘됐다 싶었죠. 왜냐구요? 우리의 영웅 사장님은 태권도며 유도실력이 대단하니까요.아니 그런데!!! 평소엔 그렇게 큰 소리를 치던 사장님은 막상 그 앞에 가더니 상황 파악을 하셨는지 갑자기!!! 그 조폭 옆에 얌전한 일본 여자처럼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사장님은 그렇게 한순간에 무너지셨습니다.그리고는 말씀하셨죠.
" 형님들,뭐 필요하신 거 있으십니까?"
그러자 아까 사장님을 불러오라던 그 덩치 하는 말이
" 여기 돼지갈비 10인분!!! 비지 많은 걸로!!!"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주문이라면 나한테 아까 했으면 되는 거를 가지고 당당하게 사장까지 오라고 하다니...하지만 저는 혹시라도 괜히 조폭들을 열받게 했다가 갈비집이라도 뒤집어 엎으면 큰 일이기에
" 네 알겠습니다. 돼지 10인분 비지 많은 걸로 갖다 드리겠습니다."
하며 웃으면서 말씀드렸죠.그런데 안그래도 얄미운 우리 사장님께서
" 이 형님들 비지 최고로 많은 데로 드려라.뭐 더 필요하신 것은 없습니까?"
하시는 거에요.정말 비굴 그 자체였죠.저는 오늘 하루만 이 조폭 주문 받으면 되니까 눈 딱 감고 쫄지 말고 하자.그렇게 생각했죠.
아니!!! 그런데!!! 내 뒷통수에 대고 사장님께서 하신 한 마디!!!
" 앞으로도 저희 집에 오시면 저 학생에게 주문하십쇼. 저 학생이 알아서 비지 많은 데로 드릴테니까요."
이럴수가!! 오늘 한 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 때 사장님이 얼마나 얄밉던지... 그 뒤로도 그 조폭은 저희집 단골이 되어 수시로 찾아왔고 그 때마다 다른 직원들은 저에게 " 야, 니 손님 왔다!" 하며 저를 놀렸죠. 저요? 당연히 자동으로 주문을 받으러 갔죠. 그리고 무고한 주방장님께 크게 소리쳤죠.
" 돼지10개 !!! 징하게 비지 많은 걸로!!!
그 후에 저희 사장님 하시는 말씀이 명언이죠. 그게 서비스 정신이다!!
사장님은 그야말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답니다.
터보-Califo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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