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번째 결혼 기념일에
이현규
2001.02.18
조회 27
늘 미안한 마음으로 아내의 잠든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남편입니다.
파란만장(?)했던 지난 날을 돌이켜 보면, 그저 늘 미안한 마음 뿐 입니다.
뉘 집의 아내처럼 풍족하지도,화려하지도 못했고 더구나 생활전선에 함께 뛰도록 해놓고도 제대로 도와주지도 못한 내 지난 삶을 어찌해야 할지...
새해가 되면 다시 시작해야지 하면서 다짐을 하고도 별 신통찮게 한 해를 보내고 한게 어언 열일곱해, 꽤 괜찮은 신랑을 만났다고 했던 처음의 기대는 마치 구겨진 바지의 깊게 접힌 주름속의 먼지처럼 뭉쳐저 풀릴 줄을 모르고.
그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에 방송의 힘을 빌어서라도 힘과 희망을 주고 싶어서 여성시대의 문을 두드립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양희은 김승현씨 안녕하십니까?
저는 울산에 살고 있는 4학년 5반(아니 이제 6반이군요)의 딸과 아들을 둔 가장입니다.
늘 부족하고 모자라서 아내에게 기쁨을 주지 못해 이렇게 방송을 통해 결혼기념일의 축하 메시지를 띄우고자 합니다.
국가 전체가 어려운 경제상황에 빠졌고, 국민 전체가 힘겹게 살고 있는 요즈음, 주위를 둘러 보면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이 많이 있음을 깨닫고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은 편 아니냐고 자위하며 이웃에게 손을 내밀어 베푸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늘 얘기하며, 그렇게 살아가자구요.
부부는 영촌이라 했는데 내가 장가를 잘들었으니 (아내가 생각할 땐 남편이 조금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부부로 치면 괜찮은 편 아닌가요?
명랑하고, 친구 좋아하고, 정이 많은 딸이 있고,
신중하며, 생각 깊으며, 제법 스스로 잘하는 아들이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겠는가요?
현실에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만족하며 살아가려 애쓰며 살아갑시다.
보다 나은 내일이 우리에겐 있기때문이죠.
다시 손 잡고 머리를 맞대고, 따뜻한 가슴으로 세상을 살아갑시다.
이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살아볼 만한 세상 아니겠소?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슴을 데워 늘 사랑이 넘치도록 살아갑시다.
진정 내 가슴에 한가닥의 사랑만 남겨 놓아야 할 경우가 된다면 그것은 반드시 사랑하는 아내 당신의 몫입니다.
열일곱해 전에 시작된 사랑의 열병이 많이 퇴색해가는 것 같지만, 다시 새로운 사랑의 빛으로 채색해서 늘 더해가는, 돌아가신 ''미당 서정주님''같은 사랑으로 아내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비록 손톱 밑의 가시 처럼 당신을 아프게 한 적이 많지만, 당신의 사랑으로 덮어지고 묻어졌음을 내가 압니다.
아픔이나 괴로움을 사랑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현명하고 사랑스런 아내여,당신의 이름은 바로 사랑입니다.
죽는 날까지 식어지지 않을 사랑으로 당신을 사랑할 것 입니다.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그대 사진에 입맞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