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을 위한 변명
김남영
2001.02.18
조회 25
지난 14일은 발렌타인 데이였습니다..
그 날을 위해 2월 초부터 많은 상점들에서는 형형 색색을 쵸콜렛과 바구니, 상자들을 진열해 놓고 거리를 발렌타인데이의 분위기로 설레게 했지요..
그러나 정작 저는 그날 2년을 사귀어온 남자친구에게 아무것도 선물하지 못했습니다..
상술에 휘말려 부화뇌동 하지 말고 주체적인 생활방식으로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느니, 한번에 스스르 달콤하게 녹아버리고 마지막엔 입안에 단내만 남기는 초콜렛같은 사랑보다, 입안에 쩍쩍 달라 붙고 먹는 모양새가 다소 우수꽝스럽긴 해도 끝까지 감질맛나는 전통의 쌀엿같은 사랑을 해야하는 거라며 그럴듯한 말로 남자 친구를 위로 하며 제 게으름을 정당화 시켜 봤지만..
사실은 이러저러한 이유들에서 그야 말로 주체적인 생각에서 준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방학내내 미뤄둔 일들을 처리하느라 그날 준비를 하기가 힘들었던 것이지요..
똑똑한 사람들은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이런날들을 어려운 용어를 갖다붙여 비판하기도 하지만 또 그 말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생각할 때는 그런 날은 특별한 일 없이 흘러가는 우리의 일상에 셀렘을 주는 좋은 계기인것 같아요..
그날을 준비하며 여기저기 상점을 돌아다니는 재미, 그것들을 포장하며 주는 기쁨을 만끽할 수 도 있고, 또 경제도 불황인데 쵸콜렛 시장에 활기도 불어넣을 수도 있고..
그런 날을 제 게으름 탓에 의미 없이 놓쳐 버리고 말았으니..
남자친구에게도 미안하고 스스로도 참 원망스럽답니다..
이제와 쵸콜렛을 다시 포장할 수는 없고..
제가 한번도 해 보지 못한 선물을 주고 싶네요.. 늦긴 했지만..
제 듬직한 남자친구 익환이한테
노래선물을 할 수 있게 해 주셔요.. 부탁드립니다..
꼭 꼭 터보의 나폴레옹
월요일에 들려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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