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드릴껄.......
송왕도
2001.02.18
조회 16

오늘 친정부모님이 다녀가셨습니다.
여느때처럼 보따리 보따리를 해가지고서요..

제일 큰 꾸러미는 쌀, 쌀집전화번호가 찍힌 분홍 보따리는 검정콩과 팥, 뚜껑없는 그릇에 담긴 검정봉지에는 멸치와 마른새우, 이밖에도 배추, 무, 파 등의 야채까지...
몽글몽글한 보따리마다 농산물이 보석처럼 담겨져 있었습니다.

엄마는 물건을 담아온 보자기며 봉지며, 쌀푸대까지 다 챙겨달라시더니 모두 고이접어가셨습니다.

하루만 더 계시라는 막내딸 부탁도 뒤로 하시고 집에 있는 가축이 걱정이라시며 서둘러 가셨습니다.

저는 집에 있는 생활비중 일부를 떼 부모님의 차비를 마련했습니다.
한사코 사양하는 엄마 주머니에 겨우 3만원을 넣어드리고 마치 자식도리를 다 한듯 배웅을 마쳤지요.

그렇게 부모님을 보내고 저녁준비를 하려는데요, 주방엔 어느새 엄마의 손길이 곳곳에 묻어있었습니다.
냉동실에 넣어둔 생선을 굽기좋게 손질해 냉장실로 옮기셨구요, 저녁반찬도 전부 준비해 두셨더라구요.
평소 꺼내기 귀찮아 안먹는 다는 동치미도 먹기좋게 썰어 작은 그릇에 옮겨두셨더군요.

저요...
엄마가 그렇게 분주히 주방에 계실때 느러지게 낮잠만 잤습니다.
이제 10개월된 아기까지 엄마한테 맡기고요..
그동안 아기가 몹시 아파서 밤잠을 설친 탓도 있었지만 엄마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놓여 낮잠이 쏟아지더라구요.
......

그리고 부모님 가실때는 5만원을 드릴까, 3만원을 드릴까 몇번이나 망설이다 3만원을 드린겁니다.
휴우~
저는 죽어도 부모님 맘, 헤아리지도 못할 겁니다.

김건모의 이빠진 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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