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하늘로 가신 할머니를 위해서...
송연임
2001.02.17
조회 22
오늘 이른 새벽 그렇게도 지독하고 지독한 시어머니의 역할의 마다 않고
99이 되도록 우리 엄마와 큰 엄마에게 매운 시집 살이를 시키시던 할머니가
하늘 나라로 가셨습니다.
할머니가 돌아 가실 거란 생각을 못했던 저는 할머니의 임종을 들었 음에도
눈물이 나지 않으니 이게 웬일입니까?
99살이 되도록 자식과 손자, 손녀는 많았지만,
저희 할머니는 할머니의 성격때문에 자식과 손자들 사이에서
굉장히 불화가 많으셨습니다.
어렸을 때 기억에 엄마가 아파서 누워있는데
낮잠을 잔다고 바가지에 찬물을 떠 엄마가 누워있는 얼굴에 집어 던진 일,
학교 다녀온 저에게 기집에가 공부는 뭐하려 하냐고 들고 있는 문제집을
찢어 버리던 일, 그런 할머니가 밉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던 어린시절 기억이
있습니다.
큰집 식구들 역시 모두 할머니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눈치였고,
막상 할머니를 좋아하는 자식이나 손주들도 없었던거 갔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할머니 억지는 더해가고, 이집 저집 자식들 집을
전전긍긍 하면서, 불화는 계속되었습니다. 어디 정 붙이고 계 실 만한
곳이 없었던거 같습니다.
이제와 생각하면, 할머니의 억지와 잔소리는
외로움 때문에 날이 갈 수록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아무도 자신의 심정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싫은 내색만 하니
할머니의 외로움은 극도로 심해져 억지소리와 잔소리로 표현되어 며느리들과
손주들과 입씨름으로 라도 풀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할머니를 잘해 드리려 했지만 저도 역시 할머니의 잔소리와
억지소리에 나도 모르게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달을 모시는 동안 할머니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할얘기 못 할 얘기를 다한거
같아 이제 가슴이 아파옵니다.
16살에 시집와 99살까지 이른 나이에 청산과부로 살아 가시면서 외롭고 고통스러웠을 할머니의 삶을 아무도 알아 주지 못하고 그렇게 미움으로 만 살다 가시게 한 것이 가슴이 아픕니다.
이제 막 하늘로 가신 할머니가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합니다.
또, 할머니의 잔소리와 억지소리는 미웠지만 그런 할머니를 한편으론
사랑했습니다.
부디 좋은 곳에 가셔서 그 일평생을 사시면서 외로웠을 할머니가
행복하길 바라고 기도하겠습니다.
외롭게 사시던 할머니의 가시는 길이 외롭고, 쓸슬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할머니와 동행하는 심정으로 이글을 올립니다.
예스브라운-흐르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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