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용서를........................................
이정순
2001.02.17
조회 27
미안하다는말이 이토록 힘든걸까요?
안녕하셔요 변춘애씨!
저는 지리산 산골에서 태어나 어쩌면 행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체 자란것 같아요. 부모님의 불화속에 늘 불안함을 가지곤 했지요.
오남매중 세번째인 전 위 아래로 눈치도 보구요....,
그런데 제겐 생각만해도 가슴이 아픈 동생이 있답니다.
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세살때 몹시 아픈후 모든게 다른아이들보다 발육상태가 늦었다고 합니다. 유난히 잘생기고 착한 아이였지요.
학교생활도 남들보다 쳐지기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친구도 별로 없었던것같아요.
때론 바보라고 놀림을 당하곤 했지요.
한데,저희가족역시 동생을 바보취급하기 시작했어요. 함께 있지도 놀아주지도않았던 기억이나네요.
중학교을 간신히 나오고 부모님을 따라 이곳 부산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특별이 가진것 베운것 없는 부모님을 청소부일을 하셨답니다.
새벽이면 리어커를 끌고 집집마다 다니시면 쓰레기통을 비워 한달에 몇천원씩 받는 아주 천한 일이였어요.
그런일을 하시는 부모님이 창피하다고 느낄때 동생은 새벽마다 따라나서는 겁니다. 그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부모님과 함께 참 열심히 살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직장에서 점심시간에 창가에 앉아 커피를 동료들과 마시고 있는데 부모님 일하시는곳이 제 직장 근처인 관계로 사무실앞을 지나가고 있던중이였지요.
행여 부모님은 제가 창피해 할까봐 모르는체 힘겹게 리어커를 끌며 지나가는데 뒤에가던 동생은 반가운듯 날보며 웃었답니다.
초라한 그 모습들을 외면하던듯 난 고개를 돌리고 말았죠.
함께있던 동료들은 깔깔대며 웃더군요.
"저 자식 또라이 아니야. 여자들 있다고 좋아서 웃는것 봐라...하하하하...."
그순간 온몸에 피가 멈추듯 무언가 뒤통수를 내리치는 기분이였어요.
화장실로 달려가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수가 없더군요.
나의 이기심때문에 착한 내 동생을 이토록 비참하게 만드는걸 아니 나 자신이 밉고 비참해짐을 왜 몰랐을까?
집으로 돌아와 난 더 동생에게 화를 냈지요.
"니가 뭔데 아는체 해서 남들한테 그런소릴 듣니? 누가 널 아는체 한다더나...
창피해 죽겠어 차라리 없어면 좋겠다."
난 독설을 퍼 부은겁니다.
"누구는 살고 싶다나.. 나도 죽고 싶어....."
아! 난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어요. 아무생각없이 그냥 모자라는 동생으로만 생각하고 대해왔는데..정작 나보다 더 힘들고 괴로운건 동생이였지요.
장애도 아닌데 우리 모두는 동생을 장애자로 만들어 버린거예요. 그 순간 난 알게 되었어요. 동생이 아니라 나자신이 장애자였던 것입니다.
변춘애씨! 이죄를 어떻게 받을까요.?
우리 가족이 사랑하고 아께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가족들이 외면하고 구박했으니....,
동생은 그후 구청에 환경 미화원으로 취직이 되었답니다.
아무리 춥고 아무리 더워도 한번의 꾀도 부리지않은체 참으로 열심히 일한답니다.
잘났다던 다른 형제들은 어려운일이 생기면 동생이 부모님몰래 도와주곤하지요.
열심히 노력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착한동생은 2년전엔 32평 아파트도 구입하여 부모님을 모시고 산답니다.
제 밥벌이도 못할거라고 했던 부모님의 용돈 생할비까지 ...모두 동생이 하고있지요.
마음고생한번 시키지않는 착한 동생을 뒤늦게 모든 식구들은 알게된것이예요.
저역시 동생에게 마음아프게 한게 이렇게 미안한데 막상 미안하다는 말한마디 못했답니다.
말없이 챙기고 외롭게 혼자지내는게 안타까워 온천도 극장도 시내쇼핑도 데리고다녀보지만 정작 그 마음의 상처는 다 알지못하겠죠?
이젠 우리 모두가 사랑하고 있음을 알아 줬음 좋겠네요.
철없던 그때의 일들은 모두 용서하길 바래 봅니다.
지금 이시간도 도로위를 달리는 자동차길을 열심히 청소할 동생의 모습이 선합니다.
"상희야!추위는 한풀꺾였지만 건강 조심하고 못난 누나 용서하렴. 앞으로 살면서 하나하나 다 갚을께. 사랑한다."
변춘애씨! 비록 두서없는 글이지만 제 마음을 잘 표현했는지 모르겠네요.
동생도 이젠 이해하겠죠?
참고로 제 동생은 33살 노 총각 입니다.
착실하고 멋진 동생이예요.장가 좀 보내 주세요.혹 이글이 방송이 된다면 착한 아가씨!연락주세요.
이제 남은것은 우리 형제들이 힘을모아 장가 보내야 겠어요.도와주셔요
그럼 오늘도 동생의 안전을 바라며 ....
이택림 - 내 마지막 연인에게
녹음 기다리고 있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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