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서 떨고 있는 우리아이들을 도와주세요!
박은희
2001.02.17
조회 20
이땅에서 자식 하나 바로 기르기가 이렇게 힘이 듭니까? 저의 기막힌 사연 한번 들어보세요.
저는 난개발의 대명사로 불리는 용인, 흔히들 신갈이라 부르는 곳에 살고 있는 학부모입니다. 3년전 이곳으로 이사올 때, 아이의 학교를 둘러본 저는 정말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나팔꽃 호박꽃 사이로 난 작은 오솔길로 이어진 등교길, 은행나무와 무궁화가 어우러진 교문 앞, 푸른 숲과 파란 하늘로 둘러싸인 야트막한 언덕 위의 10여 학급 남짓한 작은 학교! 사방에 가게 하나 없는, 유해환경이라곤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 정말 저희 어릴 적의 정겨운 학교 모습 그대로였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지 아세요? 20층짜리 아파트가 동·서·남쪽 삼면을 한치의 여유도 없이 둘러싸고 있구요, 게다가 그 아파트 그림자 때문에 운동장에서 햇볕 구경하기가 힘들게 되어버렸습니다. 해가 짧은 10월말부터 3월말까지,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아야 할 운동장에는 오전내내 햇볕이 들지 않아, 아침조회는 물론 오전시간 체육도 모두 음지에서 해야만 합니다. 북풍한설 찬바람에 어깨를 오그리고 떨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따뜻한 방에 있는 제가 죄스러워 어머니인 저의 가슴은 찢어집니다. 눈이라도 오시면, 전후 4∼5일동안 운동장에서는 눈싸움 외에는 아무 활동도 못하구요, 영원한 음지가 되어버린 교문 앞은 눈썰매장을 방불케 합니다. 또 여름이 되면 숨쉴 틈도 없이 둘러쳐진 아파트 병풍 때문에 학교는 찜통 중에도 왕찜통이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말해도 정말 가슴이 막히는데요, 더 기가 막힌 건 교실에 앉아 창밖을 보면 빙둘러쳐진 아파트 벽만 보일뿐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상상이 가세요? 하늘이 보이지 않는 교실이? 납득이 가세요? 21세기에 이런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것이야말로 동심을 감옥에 가두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워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입니까? 바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약자를 힘으로 깔아뭉갠 강자의 횡포함을 눈앞에 두고서 남을 배려하라 백번 말한들, 그것이 교육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21세기의 화두인 환경친화! 그러나 자신들이 좋은 환경을 갖기 위해 남이 갖고 있던 아름다운 환경을 모조리 빼앗아버린 이러한 반환경적인, 아니 환경파괴적인 현장에 있는 아이들에게 환경친화란 말은 공허한 헛소리가 아니겠는지요? 도대체 어른들의 탐욕 앞에 우리 아이들의 동심이 이렇게 철저하게 짓밟혀도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정말 더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이런 만행을 자행한 건설업체가 다름아닌 소위 공기업이라는 대한주택공사라는 사실입니다. 또한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아파트의 이름은 ''그린빌''입니다.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요? 참다 못한 학부모들이 나서서 아이들이 추위를 피해 운동할 수 있는 작은 체육관이라도 하나 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대한주택공사와 심의·허가 기관인 용인시·용인교육청은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차일피일 해결을 미루고 있습니다. 변춘애씨! 우리 아이들이 받을 유형적·무형적 피해는 너무나도 큰데, 무형적인 피해에 대한 고려는커녕 유형적인 피해조차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우리 어른들의 무책임함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성글기 짝이 없는 법망 뒤에 숨어서, 당연히 그러해야하는 도덕률을 비웃는 우리 어른들의 부도덕함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회전반에 팽배해 있는 무책임함과 부도덕함에 시들어가는 우리 아이들의 동심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주클럽의지금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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