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6주년을 맞으며...사랑하는 아내에게,
내일은 우리 부부가 결혼하지 6년 째 되는 날.
아직도 제대로 남편 역할을 못하고 아내 등에 기대어 서서 하루하루 지내는 제 모습이 너무나도 초라해 보입니다. 일찌감치 결혼 초부터 고개 숙인 남편이 되어버린 저의 모습은 아내의 무조건적 희생에 의해 가려져 왔는데, 요즘 들어 부쩍 힘들어하는 아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도 마치 자석에 이끌려 가듯이 저절로 어깨가 늘어지고 하늘만 바라보게 됩니다.
초등학교 때 얼굴만 기억했던 우리 두 사람. 대학에 입학해 친구사이로 지내던 시절이 너무나 일찍 끝날 것 같아 결국은 결혼을 해버린 우리 두 사람. 그냥 나 하나 바라보고 시집온 아내에게 지금은 너무나 많은 짐을 짊어지게 해서 마냥 미안할 뿐입니다. 평상시 제가 너무나 아내에게 무뚝뚝하게 대하는 것도 제 생각대로 아내를 잘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속으로 구겨진 자존심을 펴느라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이 글을 빌려서 고백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무 것도 없던 유학시절, 이역만리 낯선 외국 땅에서 아무런 가족들의 보살핌 없이 단둘이서 산전조리와 출산 그리고 산후조리까지 당당히 해내었던 우리의 모습이 스스로도 대견스럽습니다. 제대로 끓인 미역국도 못 먹어보고 2박 3일간의 진통으로 거의 탈진상태까지 간 뒤 자연분만으로 쌍둥이를 낳고서 배고프다면서 서양 임산부들이 먹는대로 샌드위치와 샐러드 그리고 차가운 오렌지 쥬스를 마셨던 당신. 아직도 그때의 후유증으로 뼈마디 마디에 통증으로 고생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제 뼈가 부서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그 동안 우리 두 사람 사랑의 열매인 딸 쌍둥이 소리와 아미가 이제는 6살이 되었습니다. 귀여운 토끼 두 마리가 늘 힘든 모습에 쪄든 우리 두 사람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이면 저도 박사학위를 취득합니다. 학위를 받으면 당장 그리 많은 돈은 벌지 못하지만 그래도 소위 말하는 ''보따리장사''라도 하면 산 목구멍에 거미줄이야 치겠습니까? 지금까지 몸 아픈 당신을 일터로 내몰고 나는 연구실에 틀어박혀 머리카락 쥐어뜯으며 생활했던 모든 날들이 곧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여! 지금 이 순간 아무리 힘들어도 꾹 참고 버텨내자. 조금만 고생 더하면 좋은 날이 반드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땐 당신 밤마다 몰래 이불 속에서 울지 않게 할거야. 나도 다 알아 당신 마음을.
그리고... ...사랑한다... ...영원히... ...하늘에 떠 있는 별들만큼이나.
First Love-유소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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