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손의 비밀....
구명숙
2001.02.17
조회 21
어릴적에 저는 엄마보다 할머니를 더 따랐습니다.
그래서 항상 할머니앞에선 응석받이가 되어 투정도 부리고 참 버릇없게도 굴었습니다.
밤에 잠을 잘때도 제법 클때까지 할머니 방에서 잤던 기억이 납니다.
할머니는 항상 제가 잠들때까지 등을 쓰담어 주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제 등에 손을 넣어 손바닥으로 쓱쓱 문지르시면 저는 금새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제가 제법 철이 들면서 저는 할머니께서 손으로 문질러 주시던 등이 왜 그렇게 시원했는지를 알수 있었습니다.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 몫까지 일하시며 7남매를 키워오신 당신 손바닥은 터들터들 가스래기가 일어나고 손끝은 갈라져 있었습니다.
모진 고생에 딱딱하게 굳은 손으로 차마 어린 손녀의 등을 긁지 못하고 슬슬 어루만져 주시던 할머니.....
제가 아프다고 꾀병을 부릴때마다 아껴 두셨던 쌈지돈을 꺼내 보름달처럼 둥그렇게 생긴 하얀 크림든 빵을 사주시며 커다란 대접의 물한릇도 잊지 않으시던 할머니....
제가 엄마한테 혼이라도 날라치면 할머니께 쪼르르 달려가 할머니 등뒤에 숨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는 제게 든든한 빽이고,울타리였습니다.
그렇게 저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시던 할머니께서 떠나 가신지 8년째입니다.
저는 할머니가 떠나 가실때 임종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려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음력2월8일이 할머니 제사입니다.
이맘때만 되면 할머니께 받기만 하며 자라 온 저는 너무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고생만 하시다 돌아 가신 할머니께서 하늘나라에서는 정말 행복하시길 간절하게 빌어 봅니다.
줄라이의천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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