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춘애씨! 저는 집집마다 식구들이 목소리가 같아서 어쨌다더라 하는 말은 들어 봤지만 우리 시아버지와 남편처럼 닮은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어요.
부자지간에 닮은게 어찌 이상할게 있겠습니까 마는 중요한 건 바로 제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을 정도로 실수를 하니, 그게 문제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첫 번째 실수: 결혼하기 전 한참 연애가 진행중일 때 남편 집에 전화를 했어요
그때는 "여보세요~" 그 한마디만 듣고도 그냥 입이 찢어져서 "오 하니이~" 하며 콧소리를 냈더니 "너 누구냐!" 이러대요 그래서 장난 하는가 싶어 "아고 쨔샤 나야... 어디가 간지럽냐 쨔샤? " 만나서 남편이 자주 하던 톤으로 장난을 쳤건만 "아이고... 요즘 애들은 싸가지가 없어서..."하며 전화를 확 끊는 거에요.
그래서 너무 무안하여 우두커니 있다가 나중에 사실 확인을 한 후 깜짝 놀랐죠.
"나는 전화 받은 적도 없고 아마 아버지가 받으신 것 같은데 조심 혀야 쓰것다 아그야..." 남편은 우스개로 농담을 했지만 그 얘기 들은 후 저는 긴장을 했죠
어르신을 뵙기 전에 찍혀서 혼사 길 막히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죠.
두 번째 실수: 어떻게 위기를 모면하고 결혼은 했는데, 저희가 시댁에서 한 일년 생활했거든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지내고 있었는데 그래도 명새기 신혼이라는 거 아닙니까?
기분을 내고 싶어서 어른들 눈을 피해 가다보니 어떻게 시댁 옥상에 올라가게 된거에요. 그런데 거기서 딱히 하고 놀만한 놀이가 없더라구요.
그래서"자기 날 잡아봐라..." 하고 내가 달려가니까 남편이 빨래줄 사이를 누비며 "잡으면 뽀뽀 100번 해주기다"하며 나를 쫒아 오고...(정말 유치 찬란하죠) 둘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어 다니고 있는데, 어머님이 3층 옥상까지 친히 납시어서는 하시는 말씀이 "느그들 뭐하냐 3층 교회에서 기도를 하는 디, 어찌게나 쿵쿵대 싼다고 연락이 왔다.
워메 속 없는 것들... 느그가 사람이냐.... 짐상(짐승)이냐?" 어머니는 100kg이 넘는 아들이 47kg에 아담한 며느리와 뜀박질 하는 게 한심 하신지 우리를 정신 나간 애들 취급을 하시더군요.
그런데 거기다 대고 철없는 남편이 뭐라고 한 줄 아세요? " 엄마 우리 옥상에 텐트 치고 자면 안돼?" 어 휴! 그 말도 마마 보이 같지만 무슨 분위기 파악이 되야 말이죠.
우리 어머니 눈에서 불을 뿜으며 "빨리 못 내려 오냐!" 쇳소리를 내며 호통을 치시더군요.
저는 며느리 입장이라 더 부랴부랴 내려갔는데 너무 긴장해서 인지 화장실이 가고 싶은 거에요.
그날 아버님은 외출 중이셔서 마음놓고 화장실 문을 노크했더니" 에헤~" 하데요. 당연히 남편 이러니 하고 ''이 사람이 어느 틈에 내려왔지?'' 하며 화장실 문을 확 열었죠.
그 무렵 남편과 나는 부부는 한 몸이라면서 칫솔도 함께 쓰고 화장실도 같이 들어가곤 했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화장실에 있어야 할 남편은 없고, 언제 오셨는지 아버님이 놀란 얼굴로 일보다 말고 놀라 미처 처리도 못한 채 바지춤을 올리다 말고 엉거주춤 서 계시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 그러면 얼른 문닫고 나왔으면 됐을 걸 그때만 해도 순진해서 그랬는지 얼뻥해서 그랬는지 아버님계신 화장실 문 밖에 서서 "아버님 죄송해요. 그인 줄 알고.... 아유! 어떻해..." 아버님이 뭐라고 하셨겠습니까 그저"허어~ 헴 어허.."
그날 저와 남편은 아버님과 어머님께 모두 찍혀서 그저 넙죽 엎드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각오는 ''아버님과 그이 목소리가 같으니 정말 3번 실수는 없도록 노력해야지''
그런데 운명의 여신은 또 나를 배신하고 말았으니...
세 번째 실수: 악몽의 그날은 우리 막내 결혼식이 었습니다.
시댁과 친정이 가까워 결혼식장이 30분 거리였는데 남편 먼저 시댁을 나와 결혼식장에 도착했는데 결혼식이 시작됐는데도 남편이 오질 않데요
친척들이 "왜 너희 남편은 안 보이냐?" 부모님도 " 이 서방 무슨 일 있냐?" 저는 처가일에 미적대는 남편이 미워서 속이 부글부글 끓데요.
그래서 예식장 밖의 공중전화로 달려갔는데 마음을 가다듬었죠.
그 와중에도 아버님께 실수하면 안된 다는 기특한 생각이 나의 뇌리를 스쳐 간 거 에요.
그래서 시댁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했죠 "자기야?" 저의 고운 목소리 저편에서 "어?...어어..."이러는데 확실하다 싶더군요.
저는 순간 헐크로 변하여 "뭐하고 있어? 이 나쁜놈아 니가 오늘 주인공이냐? 왜 안 나타나 왜... 처가가 물로 보여? 오지도마 이 웬수야..." 속사포로 정신없이 쏘고 나니 수화기에서 무슨 소리가 난 줄 아십니까? "오 오오 오냐... 바꿔주마..." 놀라서 허둥대신 듯한 아버님 음성...
오! 신이시여! 남편은 전화를 바꿔들고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는데 저는 공중전화 너머로 파란 하늘이 그렇게 아득하게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그때 생각하니 지금도 아찔하네요 그 후론 없었냐구요. 왜요 운명의 여신이 아에 팽개쳐 버렸는지 아휴... 일명 "김국진 성대모사 사건"이라고...
그러니까 네 번째 실수네요. 정말 쓰면서도 괴롭습니다.
그날은 사업을 하시는 시부모님이 여행을 가시게 되어 남편이 시댁 집을 지키러 갔었습니다
남편과 잠깐 떨어지니 장난기가 발동하여 비행기 출발 시간이 지나자 마음놓고 전화를 했습니다.
그때 한참 김국진씨가 인기가 있어 김국진씨 특유의 말투가 유행이었는데 제가 시댁에 전화를 걸자 남편이 "예.." 하는데 조금 감기기가 있다 싶었지만 비행기 시간을 알고 있던터라 100[%] 남편임을 믿고"여보 세용? 여보 세용?" (김국진 톤으로) 했더니 어째 가만있더라 구요 그래서 더 장난기가 발동해서 또다시" 여보세용? 여보세용?" 했더니" 누..누님이요? "이러는 거에요. 거기서부터 저는 긴장을 했죠.
분명히 아버님은 떠나셨을 텐데 예감이 이상한거에요.
수화기에서는 계속 "누님...누님..."하는데 저는 얼떨결에 수화기를 내려 놓고 말았어요.
그리고는 남편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더니 일기가 고르지 않아 비행기가 뜰 수 없어 날짜를 연기 하셨다는 게 아닙니까? 제가 아찔해 하고 있는데 남편이 이러대요. "당신 혹시 집에 전화했어?" 그래서"아니.. 안했어...왜?" 시치미를 뚝 땠더니 "아니 아버님이 방금 누가 전화를 했는데 누님 같은데 전화가 끊겼데. 그래서 누님 댁에 전화 드렸더니 전화 한 적 없다고 한다고 해서 혹시... 당신 아니야?"
저는 "누가... 그런 짓을 했을까 호호호..." 하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는데 남편이 눈치를 챘는지 안 챘는지는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왜냐면 전화를 끊고 돌아서는데 제 뒤통수로 소름이 쫙~ 끼쳤거든요.
제발 이 후로 제 소박한 소원이 있다면, 목소리 구분 못해서 시아버님께 실수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랍니다.
그럼 이만 못난 며느리는 물러가겠습니다
박혜경의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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