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잡기 작전
최미정
2001.02.17
조회 30

신혼때의 일이었습니다.작은 단칸방에서 전세를 살고 있었지요. 오래된 집이고 보니 낡고 달아서 바퀴벌레들이 서식하기엔 안성맞춤인 그런 집이었습니다.

화창한 어느 토요일 오후 운좋게도 제손에 십만원권 수표한장이 쥐어졌습니다. 기쁜 나머지 남편에게 자랑이라도 할까 생각했지만 이내 생각을 바꿔먹었습니다. 지난번 사지못해서 못내 아쉬었던 동네앞 양품점의 진열장속 원피스가 눈앞에 아련거렸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곧 남편이 회사에서 돌아올테고 방어디에도 남편의 눈을 피해 돈을 숨겨둘만한 적합한 곳이 보이지 않아 애를 태우다가 생각해낸곳이 방바닥 자리밑, 그곳이라면 확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청소한번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 남편이 구지 방바닥 자리를 들어볼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테니까요.

초인종이 울리고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나는 어느때보다 반갑게 남편을 맞이 하였지요. 남편도 저의 미소가 좋았던지 같이 웃어주었습니다.
"자기 피곤하지,어서 씻어 밥 맛있게 해서 대령할테니까"
저는 부엌으로 가고 , 남편은 옷을 갈아 입으려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흥얼,흥얼 노래를 불러가며 상을 즐겁게 차리고 있었지요. 그러나 바로 그때 방에서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리는것이었습니다.
저는 부리나케 방으로 뛰었습니다. 방문을 여는 순간 놀라서있는 남편앞에서 바퀴벌레 한마리가 벽을 타고 온방을 헤매고 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남편 비명소리에 그놈도 놀란것일 테지요. 어찌할바를 몰라 서성이다가 제가 먼저 선반위에 있는 바퀴벌레퇴치약을 그놈에게 신나게 뿌려댔습니다. 그러나 그놈의 생명력이란 엄청난것이어서 바로 죽지않고 엉금,엉금기어 하필이면 가장 어둡고 지저분한 방바닥 자리밑으로 사라지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순간 뜨끔했지요. 그놈의 시체를 밑에 모셔두고서 지낼수도 없는일이고, 그렇다고 자리를 들어내는 일은 하늘이 두쪽이 나도 할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저는 바퀴벌레의 안부보다 제 비상금의 안위에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남편이 혹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저에 대한 불신의 벽이 얼마나 커질것이며, 제가 원하던 원피스는 영영 제것이 될수없을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답답한 제가 먼저 선수를 쳤습니다.
"자기야 내일 일요일이니까 자기 목욕갔다오면 , 내가 자리 들어 내고 대청소할께 오늘은 피곤하니까 밥이나 먹자, 응?"
그러나 남편도 막무가내 였습니다.
"찝찝해서 어떻게 있어 , 빨리 저쪽 들어,난 이쪽 들테니까."
"아니 내일 내가 한다니까" 그러나 남편은 "안피곤하니까 빨리 끝내자"
"자기 고집도 어지간해 내일 하자니까" , "빨리 들어 팔아파"

결국 제 비상금은 들통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끽 소리 한번 못하고 압수되고 말았지요. 그때 그사건이후로 저는 결코 제 비상금을 자리밑에 넣어 두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디 두냐구요? 두분만 아세요 요즘 눈먼 돈이 제손에 들어 오면, 우리집 거실 오른쪽, 풍경이 멋진 액자 뒤에다가 유리테이프로 살짝 붙여 둡니다. 감쪽같지요.
박지윤의 별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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