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할 이야기는 사오정 뺨치는 저희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려 합니다.
(이야기에 앞서 만약에 저희 아버지가 방송을 들으신다면 그냥 우리 딸이 심심해서 사연을 보내는 갑다..하시면 너그러이 봐주시기 바랍니다. 소리지르며 화내실까 겁이 나긴 합니다..) 우선은 이야기의 배경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 친구의 부모님들의 연세와는 달리 아주 젊으시답니다. 전 형제가 오빠와 저 둘 뿐이랍니다. 저는 21살이구요. 9월에 군대제대를 앞두고 있는 오빠는 23입니다. 그러면 적어도 부모님의 나이는 50이 넘어야 하지만...But!!!!!!!!!!
어머니는 연세가 43이시구요. 아버님은 44 이십니다. 이 방송을 듣는 여러분들께서는 "설마...?"하시며 "헉!"놀라시고 빙그레 웃으시겠지요?
네..많이 웃으십시요. 상상이 맞습니다(딩동댕~~응큼 하시군요^^*)
저희 부모님은 두 분다 경남 고성이시구요.초등학교도"동해 국민학교"를 졸업하셨대요. (졸업사진에 울 아버지는 까까머리더군요..그런 때도 있었다니!!)
그리고 어려서 소꼽친구였더라구요(맨날 고무줄 자르고 도망가고..)할아버지가 일직 돌아가셔서 아버지가 많이 외로웠대요.그리고 지금 장애인이신 아버지는 10대 후반의 나이때 손가락이 절단이 되는 사고가 나서 더 많이 외로워 보였대요.지금은 엄마, 아빠 두 분다 손가락 사고로 인한 장애인이 되셨지만 그때부터 엄마는 아버지 곁에 있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나봐요. But...!!!!근데 우리 엄마가 너무 일찍 마음을 먹은 것이 탈이였죠..결혼을 할 당시 우리 아버지는 손가락으로 인해 외할아버지한테 허락을 받지 못했대요. 그래서 엄마랑 아빠랑 하루도 떨어져 있기 싫어서 같이 지내기로 했대요. 이 상황에서 금덩어리 우리 오빠가 태어난거죠.
이 금덩어리 오빠 덕분에 두 분이 늦깍이 결혼을 하셨죠. (결혼 사진에 우리 오빠는 애가 아니에요. 장골이 떡~하니 찍혔어요)오빠를 낳고 2년뒤에 제가 태어났는데 그때 저희 아버지 나이가 23이셨어요. 옛날 사진을 보니까 "장발 스타일"이 유행을 했더라구요. 아빠 친구분들은 다들 장발 스타일에 나팔바지를 휙휙거리는데
저희 아빠는 두 아이의 책임자였던 거예요. 경상도 사나이의 표준인 저희 아빠는 집에 오면 정해진 말만 하고(밥도!알라들은? 자자!) 밖에 나가서는 분위기 맨인 것이였어요.혈기왕성한 아빠는 귀엽고 깜찍했던 오빠와 나의 아빠인 걸 자주 깜박했던 모양이에요. 오빠와 내가 울어대면 시끄럽다고 오히려 오빠와 나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대요.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드시고 돌아오신 아빠를 보고 우리 엄마는 화가 났는지 하루는 날을 잡고서 아빠한테 따졌대요.
"말 좀 해보소. 내랑 살라고 이라나? 아니면 내 속을 긁을라고 작정을 했나?
아이들한테는 와그라는데? 좀 자상하면 덧 나나? 좀 자상하소."
우리 아버지 술을 드셨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다가 딱 한마디를 타이밍도 적절히 맞쳐서 알아들었던 것이었어요.
"뭐? 내보고 자살하라고? " 아...이런!!우리 아버지 자상하라는 말을 자살하란 뜻으로 알아들었대요. 그날 고개를 숙이고 꺼이꺼이 우는데 우리 어머니 그 모습이 정말로 가관이라고 하더군요.
지금은 말도 못 붙일 정도로 무서운 아빠지만 아기들을 보면 정말로 좋아하시는 아버지가..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맞는지 의심이 간답니다.
지금의 아빠 친구분들의 아들.딸들은 고등학교 간다고 좋아하지만 저희는 이제 대학을 다니고 있답니다. 그래도 결혼식의 축의금은 젤루 먼저 타겠죠? 말이 없으시고 말을 붙이는 것이 무서웠던 아빠지만 저도 성장하고 오락프로보다는 뉴스에 눈이 가는 나이가 되다보니 아빠를 하나씩 이해하게 되네요. 그리고 어른들이 항상 얼굴이 굳어계시는데 저도 신문을 보고 뉴스를 보니 절로 굳어지더라구요.
그 굳은 얼굴을 전 너무나도 모르고 지낸 것 같아요. 이제는 아버지를 많이 알고 이해하고 있어요. 그래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을 잘 새기고 있답니다.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여드리기 위해 오빠랑 제가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사람이 될께요.
어머니 아버지 앞에서는 항상 고개가 숙여집니다.
사랑합니다.
유별난 상황: O.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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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빠는 사오정..
정유진
200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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