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 노량진에서 살고 있는 주부입니다.
문득,
얼마전 제가 살고있는 아파트의 같은 라인의 신랑이 실종되었던 사건이 생각나서 글을 씁니다.
당사자들의 신분노출이 우려되므로 실명은 피하고 불가피하게 가명을 쓰게 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내...순자씨.
남편...무궁화씨...(사실 꽃과 같은 이름을 가졌거든여. 그 집 신랑이요.)
지난 여름.......
정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삐질삐질 땀이 줄줄 흐르던 어느날.
모처럼 일찍 퇴근한 무궁화씨는 남매 아이들과 잘 놀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정말 오랫만에 저희들과 놀아주는 아빠 덕분에 무척이나 신이 나 있었구요.
그럴 동안에 순자씨는 주방의 마무리 하지 않은 설겆이와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고 하대여.
그런데.......잠시 후.
어린 남매가 엄마에게 다가오면서 한다는 말이,
"엄마, 아빠가 없어졌어."
그러더랍니다.
순자씨는
"아빠가 없어지긴 왜 없어져? 화장실 가셨나보지."했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화장실을 둘러보더니 아빠가 없다고 하고....그래도 그때까지 순자씨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고 나머지 설겆이를 하고 있었대요.
순자씨가 마무리를 다 하고 ''이 사람이 어딜갔지?'' 하면서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고, ''혹시, 비디오 빌리러 갔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 그때까지도 별 걱정없이 티브이 리모컨을 눌러댔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아빠를 찾아댕겼구요.
시간은 어느덧 3시간이 흘렀고, 그때서야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진 순자씨.
"얘들아, 아빠하고 뭐 하고 놀았니?"
"숨바꼭질 하고 놀았어."
"숨바꼭질???"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장농 문도 열어보고, 앞,뒤베란다 다 열어보고, 창문 밖을 내다보기도 하고.........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무궁화씨는 그림자도 없더랍니다.
순자씨는 현관을 바라보았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분명 사람은 없는데 신발은 다 있더라네요.
순간적으로 너무나 놀란 우리의 순자씨.
''이건 분명히 납치다.''
''그렇지 않으면 세 시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을 순 없어.''
''관리실에 가서 신고를 해야하나?''
''............."
눈물이 앞을 가리면서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지만 묘안은 떠오르지 않았답니다.
그러다가 우리 집과 몇몇 아는 집에 전화를 해서 도움을 요청하려고 마음을 먹고 전화를 하려는 순간!
갑자기,
눈길이 아이들 방에 있는 쥬니어 장롱으로 가더랍니다.
''아니지, 아까 봤는데........''하면서도 웬지 그것을 다시 한번 열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나요?
그래서 문을 양손으로 잡고 벌컥~ 열었는데..............
헉!!!
그 속에서...
순자씨의 남편 무궁화씨가 얌전히(?) 쭈굴시고 앉아선 너무나 편안한 표정으로 잠을 자고 있었답니다.
너무나 반갑고, 화가 나기도 했던 순자씨는 남편 무궁화씨를 거의 때리다시피 흔들어 깨웠지만 입맛만 다시는 시늉을 할 뿐 일어날 기미가 보이질 않더라네요.
하는 수 없이 가재미 눈을 뜨고 남편 무궁화씨를 거의 질질 끌다시피해서 안방으로 데리고 가려는데 완전히 잠에 곯아 떨어진 무궁화씨는 안방 문 앞에서 그냥 고꾸라져 자더랍니다.
순자씨는 방으로 옮길까 하다가 하두 얄밉고 화가 나기도 해서 그냥 이불만 덮어놓곤 혼자 들어가 잠을 청했다나요?
다음날.........
남편 무궁화씨로부터 사건의 경위를 듣게 되었는데........
세상에나.....
글쎄요.사건 당일날(?) 순자씨와 무궁화씨가 기분좋게 삼겹살과 소주를 한잔씩 마시고.....그날 마침 주말이기도 해서 애들 일찍 재우고 분위기 좀 살려보려고 맘 먹고 아이들을 일찍 재우려고 유도를 했다네요.
허나.....눈치없는 애덜이 어디 일찍 자나요?
가뜩이나 오랫만에 아빠가 일찍 퇴근을 했는데 말이죠.
해서 일찍 재우는 걸 포기한 무궁화씨가 ''에이~ 애덜하고 놀아주기나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곤 같이 놀아준다는 것이 그만 문제의 발단이 된, ''숨바꼭질''이었던 것이랍니다.
무궁화씨는 나름대로 머릴 쓴다고 쓴것이 아이들 장농속으로 들어가 숨는 것이었고, 술을 마신 터라.....잠이 솔솔 왔다나요?
더군다나 깜깜한 장농속이니 얼마나 잠자기에 좋았겠냐구요.(허나, 마누라를 긴장 시킬 불순한 의도는 털끝 만큼도 없었고, 잠시 눈만 붙이고 있다가 나갈 생각이었다고 박박 우기더랍니다.)
그렇게해서 무궁화씨는 그만 장농속에서 잠이 들게 된 것이었고, 그럴 동안 아이들은 아빠가 없어졌다고 난리부르스를 추고 순자씨의 눈물바람을 만들게 되었던 것이랍니다.
변춘애부장님........
애덜이 부모님한테 야단맞고 어디 구석에 들어가 잠들어서 한참이나 헤매고 찾았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어른이 숨바꼭질 한다고 장농속에 들어가서 잠들었다는 얘기 들어본 일 있으세요?
우리의 순자씨.....
그 이후로 한 5년은 나이를 더 먹은 거 같더구먼요.
신청곡: 윤종신의 고진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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