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까만손을 가진 당신에게......
강명인
2001.02.15
조회 21
이제 클때로 커서 존댓말을 하는게 정상이지만 이상하게도 저희 아빠한테는
아버지라 부르는것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불러와서 일까요?
초등학교 3학년때의 일입니다.
토요일날 저녁에 아빠가 오랜만에 가족끼리 맛있는거나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평소 이런 기회가 별로 없었던 저와 제 동생은 다음 날 이른새벽부터 일어났습니다.
기쁜 마음에 얼른 세수도 하고 이쁜 옷을 찾아 입고 아빠를 불렀습니다.
"아빠! 빨리 가자 ."
방문을 열었을때는 아빠는 어디갔는지 없고 엄마 혼자 계셨습니다.
"엄마 아빠는 어디 갔어?"
"아빠 일이 생기셔서 공장에 가셨어. 외식은 다음에 하자"
저는 그 때 엄마의 그 말이 얼마나 서운하게 들렸는지 모릅니다.
그 전날밤에 잠까지 설치며 ''내일 얼마나 맛있는걸 먹을까?'' 라는 생각에 잠이 어
떻게 들었는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쉽게 약속을 깰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별의별
감정이 다 치밀어 올랐습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그것도 오늘은 일요일인데 하루 쉬면 어때서 가족과 약속을
안 지킬까 하는 생각에 아빠에게 배신감 까지 들었습니다.
제 동생은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막 땡깡을 부리더군요.
아빠는 저녁쯤에 들어오셨습니다.
저와 제 동생은 삐져서 아빠가 들어오셔도 인사도 안했습니다.
그 때 아빠는 저와 제 동생이 있는 방에 들어오셔서는 우리 둘을 꽉 껴안았습니다.
"아이고 우리 아들들이 많이 화났구나. 미안해서 어쩌나. 지금이라도 고기집 갈까?"
아빠의 그 말에 저와 제 동생은 낮에 있었던 기분은 싹 없어지고 다시 행복이 찾
아 왔습니다.
난생 처음 가보는 고기집에서 저와 제 동생은 기뻐서 어쩔줄을 몰랐습니다.
엄마 아빠도 환한 웃음을 입가 가득 띄우고는 기뻐 하셨습니다.
맛있게 고기를 먹고 있는데 얼핏 아빠의 까만손이 보였습니다.
"아빠 이런데 나오면서 손도 안 씻고 오면 어떻게 해!"
저와 제 동생은 아빠의 그 두 손이 창피했습니다.
아빠께서는 저희의 그런 말에 작은 소리로 웃고만 계셨습니다.
엄마가 한숨을 푹 쉬시더니 한심한듯이 저희에게 말했습니다.
"야 이놈들아 너희들 먹여 살릴려고 일해서 그런거자나. "
"그런게 어딨어 아빠가 안 씻어서 그렇지!"
전 아마 그때도 아빠가 일을 하셔서 손이 그렇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옆에 사람
들에게 항상 아빠의 손이 더럽다는 사실을 알리기 싫어서 그렇게 말했던거 같
습니다.
저는 그날 집에 돌아오셔서 화장실에서 비누로 여러번이나 손을 씻고 계시는 아
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때 정말이지 아빠한테 죄송스런 마음에 제 자신이 미워져서 혼자서 방에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어렸을때부터 아빠의 손은 항상 까만손이였습니다. 항상 기름을 만지시고
기계를 돌리시고 하시는 아빠의 손이 씻는다고 깨끗해질리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아빠의 손이 더럽다고 손잡는 것도 싫어 하고 아빠의 손을
부끄러워 했던 제 어린 시절이 철없게만 느껴집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운 그 손을 저는 지금 자랑 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반지나 화장품으로 손을 아름답게 만들때 저희 아빠는 저희들을
위한 사랑으로 손을 아름답게 만들고 계십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까만손을 가진 당신에게 지금껏 못했던 한마디를
할려고 합니다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Boys, Be a Legend!)-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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